[이석기·김재연 국회 퇴출 추진] 주사파 방치했다간 대선 물건너갈라… ‘강경모드’ 선회

입력 2012-05-31 22:01


[이슈분석] 야권연대 발목잡힌 민주, 통진당 혁신에 앞장서나

민주통합당이 종북(從北) 논란에 휩싸인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와의 결별을 공식 선언하고 나서자 야권연대의 한축인 통합진보당 전체를 혁신하는 데 민주당이 주도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 경선부정 파문에 휩싸인 이후 ‘침묵 모드’로 일관해왔다. 야권연대 파트너인 진보정당에 비판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자체 정화 능력을 발휘해주기를 기대해서였다. 하지만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의원에 대한 정계 퇴출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주사파 출신인 두 의원의 ‘버티기’를 마냥 방치했다가는 12월 대선에 힘 한번 못 써보고 여당에 완패할 수 있다는 위기감의 표현으로 해석된다.

이미 민주당 내에는 “언제까지 야권연대라는 명분에 발목이 잡혀 구당권파 작태까지 우리가 감당해야 하느냐”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다. 소속 의원 다수가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현 상태의 진보정당과 연대하는 게 오히려 마이너스”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구당권파가 이명박 정부와 여당의 모든 문제점을 다 흡입해버리는 ‘블랙홀’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4·11 총선 이후 국민들의 ‘MB정권 심판론’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각종 게이트가 터졌음에도 구당권파의 종북 성향과 패권주의 논란에 전부 묻혀버렸다는 얘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31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정부여당을 아무리 공격해도 국민들 시선은 주사파 출신들과 구당권파에만 머문다. 구당권파를 퇴출시키지 않는 이상 난국을 돌파할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구당권파 정리를 통합진보당 신당권파에만 맡겨놓고 기다릴 시간이 더 이상은 없다는 긴박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박용진 대변인은 “그간 통합진보당의 자정 능력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이제 기다림의 시간은 끝났다”고 말했고, 다른 고위 당직자 역시 “시간이 지체될수록 국민들의 피로감은 누적되고 야권 전체가 외면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야권연대의 끈 자체를 놓지는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다.

통합진보당이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이루고 종북 논란에서 벗어날 경우 오히려 새로운 ‘대선 필승 동력’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박 위원장의 한 측근은 “의원직 제명 발언은 구당권파에 대한 경고 차원”이라며 “그래도 이들이 기득권을 놓지 않으면 제명을 실행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거대 야당의 힘을 신당권파의 개혁 드라이브에 실어주겠다는 계산도 들어 있다.

민주당은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 카드가 새누리당 정치 공세를 막아내는 방어수단도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당권파와의 결별 의사를 분명히 함으로써 야권 전체에 대한 색깔론 공격을 피할 수 있어서다. 수도권의 한 재선의원은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한몸인 것처럼 엮으려는 게 새누리당 전략”이라며 “비판할 건 비판하고 대응할 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