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수영로교회 이규현 목사 “목회자 너무 분주·집중 못해… 신앙은 주님께 붙어있는 작업”
입력 2012-05-31 21:16
이규현(55) 목사가 부산 수영로교회 2대 담임목사로 취임한지 7개월이 흘렀다. 정필도 원로목사의 뒤를 이어 부산·경남지역을 대표하는 교회를 맡게 된 이 목사는 1986년부터 수영로교회 부목사로 재직하다 1992년 호주 시드니새순장로교회를 개척하고 20여년 만에 3000명이 넘는 교회로 성장시킨 복음의 ‘야전사령관’이다. 이 목사를 31일 만났다.
-사찰 주지의 아들이 대형교회 목사가 됐다는 게 독특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치과의사였던 작은 아버지 전도를 받아 우리 집에 강력한 성령의 바람이 불었다. 가정 전체가 개종하고 예수님을 믿게 됐다. 개종과정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고 고난 속에서 영적 훈련을 받았다. 미션스쿨인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십자가의 예수님을 만나면서 은혜생활을 체험했고 신학교에 들어가기로 결심했다.”
-신학교 시절부터 말씀사역에 집중했다고 들었다.
“신학교 초년병 시절 OMF 선교사의 강해설교 훈련에 빠지지 않고 참여했다. 성서유니온선교회와 네비게이토선교회, 옥한흠 목사로부터 큐티와 새벽기도를 접목하는 방법, 제자훈련을 배웠다. 이때 성도는 순간의 감동으로 변화되는 게 아니라 철저한 하나님 백성 훈련으로 변화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교육전도사 시절부터 말씀이 살아 역사하셔서 진짜 사람이 변화되는 것을 체험하게 됐다. 한 사람의 변화는 도미노 현상처럼 또 다른 사람을 무섭게 변화시키더라.”
-한국교회에 여러 훈련이 넘쳐나고 있다.
“제자훈련이 자칫 잘못하면 책상에서 공부만하는 지성주의로 흐를 수 있다. 제자훈련이 온전해지려면 결국 전도를 해야 한다. 제자훈련은 종합·통합적인 것이다. 가정과 교회, 직장 등 전 영역에서 전인적인 그리스도인이 되는 것이다. 목사는 성도를 변화시키고 성도는 세상을 변화시켜야 한다.”
-현재의 한국교회를 진단한다면.
“외형적인 것을 추구하다보니 영적 골다공증에 걸렸다. 뭔가 열심히 하는 것 같은데 방법론, 인본주의, 비즈니스 마인드가 들어오니 내면이 부실해졌다. 결국은 목회자의 문제다. 너무 분주하고 모임이 많다. 한 영혼에 생명을 거는 목양일념, 집중력 없이 산탄총을 쏘는 것처럼 말씀과 기도에 침잠하지 못하고 있다. 심장이 터질 듯한 영광스런 주님의 은혜, 기름부음을 경험하지 않고는 한국교회가 처한 위중한 상황을 벗어나기 힘들다.”
-내면의 빈약함은 어떻게 채워야하나.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가졌냐의 문제보다 존재의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영혼의 부를 축적하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말씀 앞에 무릎 꿇고 회개하며 주님과 깊은 만남이 있어야 한다. 신앙생활은 주님께 붙어있는 작업이다. 얼마나 잘 붙어있는가의 싸움이다. 열매는 우리가 맺는 게 아니다. 우리는 무서운 세속화의 물결 앞에 주님께 살려달라고 몸부림을 쳐야 한다.”
부산=글·사진 백상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