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출용과 내수용 차량 품질 같아야

입력 2012-05-31 21:46

현대·기아차가 내수용 차보다 수출용 차에 좋은 강판을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해외 지역에 적용한 무상보증기간도 수출용 차가 유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고객이 ‘봉’이냐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지역별 방청(防靑·부식 방지) 기준’에 따르면 북미·유럽은 아연도금강판을 70% 이상 사용하는 ‘방청가혹지역’으로, 한국 중국 등은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방청무관지역’으로 각각 분류했다. 강판에 아연을 입힌 아연도금강판은 보통 강판보다 부식 방지 기능이 뛰어나다. 소비자 불만이 늘어나자 현대·기아차는 2006년 말부터 일부 차종에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했고, 지난해부터는 출시된 승용차 전 차종에 아연도금강판을 70% 이상 사용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측은 “국내 소비자들을 위해 취한 조치”라고 말했다.

차체 부식에 대한 무상보증기간도 수출용 차보다 내수용 차를 홀대한 측면이 있다. 유럽은 12년이었지만 한국은 북미와 같은 7년으로 했다. 전문가들은 유럽과 다른 기준을 적용하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이 사실상 차별을 당하는 셈이라고 말한다. 소비자원에 따르면 2006∼2011년 차체 부식과 관련해 무상 수리를 권고한 118만여대 가운데 현대·기아차가 80%를 웃돌았다.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이 높아 소비자 불만이 많은 것을 감안하더라도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하지 않은 것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기아차 측은 “강설량과 염화칼슘 사용량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지역별로 방청기준을 달리했을 뿐 국내 소비자를 차별한 것은 아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아연도금강판을 사용할 경우 차 제작비가 상승하는 점을 고려하면 사리(事理)에 맞는 설명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해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수출용 차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과점 상태인 내수용 차에는 불이익을 준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그것이 글로벌 기업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