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영기 (15·끝) 넓고 할일 많은 지구촌… 내 소명은 땅끝 의료선교
입력 2012-05-31 18:06
“심 원장, 아프리카 선교에 관심 없니? 남아공과 인접한 스와질란드라는 조그마한 나라에 대학과 병원을 세우고 의료봉사를 하는 일에 같이 참여했으면 좋겠는데….”
2010년 초,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마석기독병원 이응진 원장이 전화로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나는 속으로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놀랐다. 안 그래도 매스컴을 통해 아프리카의 어려움을 접하면서 그곳을 위해 의미 있는 일을 하게 해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있던 중이었으니 말이다.
“야, 그렇게 중요한 걸 어떻게 전화로 말하니. 오늘 저녁에라도 만나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해보자.”
알고 보니 이 원장은 오래 전부터 선교단체와 함께 해외 의료선교 사역을 하고 있었다. 그는 김종량 선교사가 이끄는 ‘아프리카 대륙비전’이라는 단체를 소개하면서 현재는 스와질란드에 스와지기독대학을 세우는 일을 중점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두말 할 것도 없이 나도 그 일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후 나는 나름대로 한다고 해왔지만 늘 미안한 마음을 금할 길 없다. 마음은 뻔한데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다. 현지에서 25년째 오직 복음만 바라보며 헌신하고 있는 김 선교사님을 생각하면 부끄럽기 그지없다. 현지에서 만난 김 선교사님의 선한 모습이 떠오를 때면 나는 저절로 마음을 다잡는다. 그러면서 선교사님과 가족, 그분의 사역을 위해 기도하게 된다.
현지 사역은 지금 성령의 도우심으로 잘 진행되고 있다. 스와질란드 정부의 지원 아래 의과대학, 간호대학, 공과대학, 신학대학, 예술대학 등을 갖춘 종합대학 설립 인가를 받아 공사를 하고 있다. 나는 현지에서 원하는 의과대학 부속병원 설립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 외에 나는 몽골문화원 등과 손을 잡고 몽골 선교에도 힘을 쓰고 있다. 그리고 나섬공동체, 사단법인 나누리, 달리다굼선교회 등과의 협력을 통해 하나님의 선한 계획에 순종하면서 나의 사명을 찾아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아울러 내가 각별히 신경을 쓰는 일이 또 하나 있다. 해외 의료인들을 초청해 수련시키고 교육시켜서 의료선교사로 양성해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이다. 이 일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내게 부여하신 진정한 사명으로 여기고 있다. 이를 위해 몽골과 아프리카, 동남아시아 등지의 의료인들과 접촉하고 있다.
나는 이번 연재를 이어가면서 평소 잊고 지냈던 주위의 많은 사람들을 생각했다. 의사로서 30년 넘게 일하면서 직·간접적으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다. 참으로 고마운 분들이다. 그리고 오늘의 내가 있기까지에 가장 중요한 사람은 역시 아내 최세희 권사임을 확인했다. 같은 의사이면서도 진실한 내조로 천둥벌거숭이 같은 나를 믿고 내 옆을 지켜준 동반자이다. 무엇보다도 아내는 인내와 사랑으로 나를 신앙인으로 거듭나게 해준 천사다. 그 고마움을 어떻게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부족한 아비를 믿고 따라주면서 잘 성장한 두 아들 현준이와 현욱이는 가장 귀중한 나의 보물들이다.
그러나 내 인생에서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이 중요한 분이 있다. 바로 나의 하나님이다. 그분은 탐욕적이면서 교만하고 이기적인 나를 이 모양 저 모양으로 깎고 다듬으며 지금까지 인도하셨다. 그리고 오랜 기간 인내하시면서 나로 하여금 세상 바라보는 눈을 바꿔주셨다. 아무 자격도 없는 나를 축복해주신 그분의 은혜에 무한한 감사와 영광을 드리고 싶다.
“하나님 아버지, 미천한 사람을 지금까지 이끌어주시고 감당키 어려운 복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저는 아버지께서 주신 선교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으로 노력하겠습니다. 연세에스병원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낼 수 있도록 인도해 주옵소서.”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