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PS 전파 교란기술 北에 빼돌리려던 2명 구속…비전향 장기수 출신 70대 포함

입력 2012-05-31 00:19

최근 발생한 서해안의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 신호교란의 배후에 국내 간첩조직이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찰과 검찰은 우리 군의 GPS 관련 기술과 정보를 빼돌린 일당을 구속하고 이들이 실제로 관련 기술을 북한에 넘겼는지 수사하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보안과는 우리 군의 GPS를 무력화할 수 있는 전파교란 기술을 북한에 넘기려 한 혐의(국가보안법상 간첩죄)로 비전향장기수 출신 이모(74)씨와 뉴질랜드 교포 김모(55)씨를 구속했다고 30일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검사 이상호)는 이 사건을 경찰로부터 송치받아 이들이 북한에 기술을 넘겼는지 조사하고 있다. 또 북한으로 군사기밀을 유출한 간첩조직이 추가로 존재한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에 따르면 중국 단둥에 거점을 마련한 이씨와 김씨는 지난해 7월 전직 방위산업체 대표인 정모씨에게 GPS 교란을 위한 기술과 정보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씨는 비전향장기수로 활동이 자유롭지 못하자 김씨를 통해 정씨에게 접근, 거액을 제시해 관련 기술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김씨가 뉴질랜드 국적을 이용해 이씨 대신 북한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지령과 자금을 받은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검경은 김씨 등이 미국과 일본의 최첨단 탄도미사일 기술을 외국계 업체를 통해 북한으로 유출된 정황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경은 이씨와 김씨가 정씨를 통해 확보한 기술을 북한에 넘겼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인천, 경기도 김포·오산 상공과 경기도 평택 인근 해역에서 민간항공기 및 선박의 GPS 신호교란이 발생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이 기간 국내항공기 479건, 외국항공기 38건, 경찰경비함 12건, 상선 및 여객선 121건, 어선 21건 등 모두 517건의 GPS 신호 이상이 보고됐다. 정부는 인천국제공항과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항공기 및 서해상의 선박에 GPS 오작동에 주의하라는 경고를 하고 안내방송을 내보냈다. 북한이 이씨 등을 통해 확보한 GPS 전파교란 기술을 지난달부터 시험 운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홍혁의 기자 hyukeu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