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부산대 특강서 무슨 얘기했나… “진보정당, 인권·평화 北에 다른 잣대” 비판

입력 2012-05-30 22:11

야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진보정당은 인권과 평화 문제에 관해서만 북한에 대해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며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종북(從北)성향을 질타했다.

안 원장은 30일 부산대 경암실내체육관에서 가진 초정 강연에서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경선부정을 언급하면서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이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것에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있다. 진보정당은 기존 정당보다 더 민주적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른 정치세력보다 인권과 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를 존중하는 진보정당이 이런 잣대를 북한에게만 다르게 적용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고 일침을 가했다. 또 “북한이 싫든 좋든 대화할 상대지만 보편적 인권에 문제가 있다는 건 우리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독 이 문제를 안 보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이것은 사상과는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이석기, 김재연 비례대표 의원 등 19대 국회에 대거 입성한 주사파 출신 통합진보당 의원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새누리당 등에서 제기하는 ‘통합진보당 의원 사상검증’에 관해서는 “건강하지 못한 이념 논쟁으로 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경계했다.

안 원장은 여권 유력주자인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신뢰성과 지도력이 뛰어난 분”이라고 답하면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도 국정경험이나 인품이 굉장히 훌륭한 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안 원장은 정작 자신의 12월 대선 출마 여부에는 여전히 모호한 태도를 취했다. 그는 “정치에 뜻을 세운 분들은 의지를 다지고 자기 뜻을 대중에 밝힌 다음 행동을 하지만, 제 경우는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이 나를 통해 분출된 것”이라면서 “지지의 본뜻을 파악하고 결정을 내리게 되면 분명하게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내가 사회적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게 도리”라며 “지금 제가 그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번 부산대 강연에서 그가 대선 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예측이 보기 좋게 깨진 셈이다. 이에 따라 대선 입장을 명확하게 밝히라는 정치권 안팎의 비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안 원장은 문 고문이 제안한 ‘안철수-문재인 공동정부론’에 대해서는 “굳이 저를 거론하는 것이 아니라 분열이 아닌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철학을 보여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긍정 평가했다.

안 원장은 ‘복지, 정의, 평화’라는 키워드로 자신의 정책노선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성장과 복지가 직결된다. 단순하게 분배만 하는 복지가 아니라 일자리를 만들고 사회 안전망을 갖추는 적극적 복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60년 정전 체제를 궁극적인 평화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는 말도 했다.

신창호 기자, 부산=윤봉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