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가는 길, 중도 표심·히스패닉에 물어봐!… 롬니 美공화당 대선후보 확정

입력 2012-05-30 19:18

올해 미국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대결할 공화당 후보로 밋 롬니(65·사진)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가 확정됐다. 롬니 전 주지사는 29일(현지시간) 155명의 대의원이 걸린 텍사스주 프라이머리(예비선거)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데 필요한 ‘매직 넘버’인 전당대회 대의원 과반 1144명을 확보했다.

AP통신 추계로 텍사스 프라이머리 전까지 롬니는 1086명의 대의원을 확보한 상태였으며 텍사스 프라이머리에서 최소 58명의 대의원만 차지하면 후보로 확정될 수 있었다.

롬니는 1947년 자동차 도시인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자동차 재벌가에서 태어났다. 부친은 아메리칸모터스 회장과 미시간주 주지사를 지낸 조지 W 롬니다. 부친도 68년 대선 경선에 도전한 바 있다.

유타주에 있는 브리검영대학을 거쳐 하버드대 로스쿨과 경영대학원을 졸업한 롬니는 투자컨설팅회사인 베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를 지냈다. 롬니의 추정 재산은 2억5000만 달러에 이른다.

당초 롬니는 여러 가지 면에서 공화당의 대표 선수로 걸맞지 않은 ‘예상 밖 카드’로 보였다. 우선 그는 보수 색채가 더욱 짙어가는 공화당에서 최초의 모르몬교 신앙을 가진 대선 후보다. 공화당의 중추인 기독교계에서 모르몬교는 이단으로 분류된다.

또 남부에 뿌리를 둔 공화당에서 동부 매사추세츠 주지사 출신이며, 격한 수사가 판치는 정치판에서 온건한 성품을 지닌 사람인 데다 보수주의 이데올로기의 순수성을 요구하는 정당에서 중도 성향이 짙기 때문이다.

이런 한계로 인해 경선 과정에서 수차례 어려운 고비를 거쳤다. 보수적인 남부와 중서부 공화당원들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은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의 도전은 최대 위협이었다.

하지만 롬니는 이런 고비를 넘기며 ‘만만치 않은 적수’로 성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엔 보수 유권자층이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최근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여론조사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과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었다.

하지만 공화당 경선 승리를 위해 보수 색채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던 롬니의 선택이 향후 족쇄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경합주 등 승부가 걸린 큰 싸움에는 중도 성향의 무당파 유권자의 표심이 결정적이다. 상당수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공화당과 민주당 성향 유권자를 각각 30%, 나머지 40%를 중도·무당파 유권자로 본다.

결국 백악관 입성에는 시기와 사안에 따라 지지 정당을 오가는 중도파를 잡는 게 관건인데, 롬니는 확실한 보수 유권자 표심을 챙기는 한편 중도 성향 유권자도 공략해야 하는 딜레마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버지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등 경합주에서 인구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히스패닉(남미계 주민) 사이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월스트리트저널과 NBC뉴스, 텔레문도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히스패닉 유권자 지지율은 오바마 대통령 61%, 롬니 후보 27%로 나타났다. 그가 공화당 경선 과정에서 ‘불법이민자 추방’ ‘드림법안으로 불리는 이민법 개정안 비토’ 등의 강경한 이민정책을 표방한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이다. 롬니는 8월 27일부터 30일까지 플로리다주 탬파에서 열리는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공식 지명되며, 11월 6일 치러지는 대선에 출마하게 된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