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앞세운 외형 확장 ‘美 로펌 공룡 듀이 몰락’

입력 2012-05-30 18:57

한때 변호사수가 1000명을 넘었던 미국 뉴욕의 대형 로펌인 듀이 앤 르부프가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로펌은 최근 변호사들의 이탈과 전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듀이 앤 르부프는 28일 밤 맨해튼 연방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는 로펌 가운데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파산 신청으로 기록됐다.

듀이측은 이날 파산보호 신청 사실을 확인하며 회사가 부채를 갚기 위해 청산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필요한 인력 90명 정도만 회사에 남도록 요구했다고도 설명했다. 현재 이 로펌은 3억1500만 달러의 부채를 떠안고 있는데, 이중 은행에 갚아야 할 부채가 2억2500만 달러이고 나머지 채권자는 건물주와 전 파트너 등이다.

듀이 앤 르부프는 지난 2007년 듀이 발렌타인과 르부프, 램, 그린 앤 맥레이가 합병하면서 탄생했다. 한때 변호사가 1400명, 직원수가 2500명, 해외 지사만 26개였을 정도로 미국에서도 손꼽히는 초대형 로펌이었다.

그러나 연이은 인수합병이 듀이의 운명을 갈랐다. 재정이 부실해지기 시작했고 최근 경영상태도 악화되면서 파트너급 변호사들의 급여가 대폭 깎였다. 이에 반발한 변호사들도 대거 이탈한 상태다. 올 1월 이후에만 변호사 300명 가운데 85% 이상이 회사를 떠났고, 최근에도 10여명이 이탈을 계획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내 최고인재로 꼽혔던 부동산부문 글로벌 본부 직원들도 회사를 등졌다.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도 생겨났다. 뒤이어 터진 2008년 금융위기는 듀이의 몰락을 부른 결정타였다.

전문가들은 듀이가 합병을 선호하면서 경쟁사로부터 마구잡이로 변호사들을 빼가고, 파트너급 변호사들에게 과도한 연봉을 제시하는 등 성장 전략에만 집착한 것을 최대 실패 원인으로 지적했다

윌리엄 핸더슨 인디애나대 법학교수는 “합병 후 듀이는 기업문화, 가치 등 돈을 뺀 어떤 부분도 공유하지 않았다”며 “돈으로만 붙여놓은 회사는 오래갈 수 없다”고 꼬집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