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부실’ 방키아 은행 28조 구제금융 계획 차질… ECB 지원 거부

입력 2012-05-30 18:55

스페인 금융 불안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스페인 정부가 부실 방키아 은행에 투입하기로 했던 사상 최대의 구제금융 계획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거부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스페인 불길이 어떻게 번질지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유럽연합(EU)은 역내 금융위기에 대한 초강력 처방을 위해 유럽 전체 국가에 적용되는 ‘EU 공통 은행구제 방안’ 밑그림을 마련해 실행 수순에 돌입했다.

◇ECB, 스페인에 퇴짜=스페인 정부는 방카아에 190억 유로(28조원)의 구제금융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28일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보유한 채권을 방키아에 제공하면, 방키아가 이를 담보로 ECB에서 돈을 조달하는 방식이었다. 일종의 편법이다. 이렇게 하면 비싼 금리를 주고 국제금융시장에서 직접 유동성을 조달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계획을 ECB가 거부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30일 보도했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최근 위험수준인 연 7%에 육박해 정부가 시장에서 직접 채권을 발행해 수혈할 경우 엄청난 금융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스페인 경제에도 짐이 된다. 이런 와중에 미겔 앙헬 페르난데스 스페인 중앙은행장은 이날 이번 사태에 책임을 지고 조기 사퇴한다고 발표했다. 그의 임기는 한 달 남았다.

◇EU공통 은행구제방안 밑그림 나왔다=그리스, 스페인 등의 뱅크런 우려가 ‘EU 공통 은행 구제방안’ 논의에 불을 지폈다. EU 집행위가 지난주 비공식 EU정상회담에서 초안을 확정했고, 초안은 내달 6일 회원국들에 제시될 예정이다. 예정대로 2014년 초 시행이 될 경우, 부실은행 지원 및 감독에 관한 범유럽시스템이 마련되면서, ‘EU 은행동맹’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된다. 29일 로이터가 입수한 초안에 따르면 당국의 개입을 대폭 강화하는 게 골자의 하나다. 즉 국민 세금이 은행 구제에 쓰이지 않도록 채권자들로 하여금 손실을 감당하도록 명령할 수 있는 권한을 금융당국에 부여한다. 또한 각국으로 하여금 은행 예금 잔고의 1%를 과세해 쌓게 함으로써 은행 붕괴에 대비한다. 초안은 즉각적인 EU 단일펀드의 도입은 제시하지 않았다. 대신 국가 간 펀드 풀을 내놓았다. 회원국들이 필요하면 은행 비즈니스가 중첩되는 나라끼리 자기네 기금을 빌려줄 수 있도록 했다. 이 안은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 승인을 받아야 발효되며 무엇보다 독일과 영국의 지지가 필수적이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