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영기 (14) ‘주님의 선물’ 종합병원은 해외의료선교 전진기지

입력 2012-05-30 18:10


“심영기 원장님이죠. 우리 TV에 건강과 의료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원장님이 좀 출연해주시면 안 될까요? 하지정맥류에 관해서는 국내에서 가장 전문가라고 알려져 있던데요.”

한 방송국 PD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뜻밖의 출연 요청에 처음엔 당황하다가 이내 하나님의 도우심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전에도 방송에 출연한 적이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제법 긴 시간에 걸쳐 한 가지 질병에 대해 심층적·전반적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이었다.

역시 반응이 나타났다. 나의 정맥류 치료에 관해서는 좀 알려져 있긴 했지만 방송이 나간 후 정맥류 환자가 급격히 늘었다. 다른 과에도 영향을 미쳐 병원 전체의 수익이 향상됐다. 적자를 완전히 면하진 못했지만 연세SK병원의 지명도가 크게 높아진 것만으로도 큰 선물이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그 일이 내게 준 큰 선물은 다른 데에 있었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내가 살아온 과정을 돌이켜보면서 절대자의 섭리를 사람의 얕은 마음으로는 헤아릴 수 없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이전까지 불안하고 초조하던 마음이 한결 안정되고 넉넉해졌다.

나는 그동안 너무 잘 나갔다. 어릴 때부터 별 어려움 없이 자랐고 각종 시험이나 일에서 실패해본 적이 없었다. 신앙을 갖기 전에는 내가 잘 나서 그런 줄 알고 항상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신앙을 가진 후에도 언제나 하나님은 내 편이기에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만 해주실 거라고 믿었다.

그런데 종합병원을 시작한 뒤 나는 전에 겪어보지 못한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나는 난생 처음 겪는 그 어려움에 많이 힘들어했다. 쌓여가는 스트레스에 성격은 예민해지고 거칠어졌다. 그리고 내가 뭘 잘못했는가를 찾기 위해 그리고 병원에서 근무하는 의사와 간호사, 행정직원들의 문제를 찾기 위해 골몰했다. 가끔 그들에게 채근도 하고 잦은 인사 조치도 했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인가 내 짐을 하나님께 내려놓기로 했다. 간간이 읽는 신앙서적과 아내의 조언 등이 그렇게 이끌었다.

그런 점에서 방송 출연 또한 하나님의 배려였다. 나의 고뇌와 번민을 하나님께 맡겨버리고 그분께 의지하면 그분은 적당한 때에 적당하게 조치한다는 걸 알려주신 것이다. 내가 하려고 발버둥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걸 알려주신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필요할 때 고난과 시련도 주신다는 걸 알려주신 것이다.

어쨌든 연세SK병원은 다소의 어려움 가운데서도 안팎으로 꾸준히 성장했다. 기존의 진료과목에 소아과, 영상의학과, 통증클리닉, 종합검진센터를 추가하고 림프부종클리닉과 다리부종클리닉을 개설한 데 이어 바로 옆 건물 일부를 임대해 피부클리닉과 에스테틱을 개설했다. 서울대병원, 강남성모병원, 순천향대병원,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과 협력체계를 만들었고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상도 제법 받았다.

지난해에는 병원 이름을 ‘연세에스병원’으로 바꾸고서 새롭게 출발하는 기회로 삼게 됐다. 물론 아직도 병원 경영에 다소의 어려움이 있지만 100여명의 직원들이 한 마음으로 노력하고 있다. 정형외과 신경외과 등에서 한층 신뢰도를 높여가고 있으며 검진센터도 자리를 잡았다. 최근 들어선 외국 환자들이 많이 찾아 병원 경영에 청신호를 켜는 듯하다.

의사인 내가 항상 경영의 사각지대로 여겼던 원무 행정에서도 좋은 일이 생겼다. 나와 아내가 오랫동안 신앙심 깊은 책임자를 보내달라고 기도해왔는데, 최근 하나님께서 권용택 장로님을 보내주셨다. 이 계통에서 오래 일하신 권 장로님은 몽골 선교에 특별한 비전을 가지신 분이라 나로선 더욱 고맙고 반갑다.

사실 나는 그 이전부터 해외 선교와 의료봉사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특히 검은 대륙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을 갖고 수차례 다녀오기도 했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