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윤금순
입력 2012-05-30 18:27
통합진보당 윤금순 의원이 월 120만원의 헌정회 종신연금과 세비 등 국회의원에 부여된 권한을 일절 행사하지 않겠다고 29일 밝혔다. 통진당 혁신비대위에서 구 당권파의 의원직 승계를 차단하기 위해 그의 사퇴를 잠시 보류하면서 특혜 시비가 일자 국회 개원 하루 전 기자회견을 한 것이다. 문제가 일단락되는 대로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통진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사태의 와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행보를 해온 인물 가운데 하나다. 비례대표 경선 부정 진상조사보고서가 발표된 다음날인 지난 4일 그는 당선자 중 처음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국민들께 당이 많은 실망과 걱정을 끼쳐드리고 있는 점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한 뒤 19대 국회 유일의 농민의원이 될 당선자 신분을 포기하겠다고 발표했다.
1959년 강화도 농사꾼 집안의 2남4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언니의 배려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서울로 전학해 서울시립대를 졸업했지만 87년 충북 충주에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 충주농민회 결성 등에 주도적 역할을 했고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과 부회장을 거쳐 2003년부터 4년간 회장을 맡았다. 2005년 스위스 여성운동단체에 의해 150여개국 999명의 여성들과 함께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되기도 했다.
그는 95년 성주군 여성농민후계자 2호다. 88년 고추제값받기 운동 때 남편을 만나 경북 성주 시댁에서 참외 농사를 짓다가, 여성이 농업에서 부차적 존재로 머물러 있던 현실을 바꿔 보자고 농민후계자를 신청했다.
그의 전력을 놓고 종북파, 급진 좌파라는 평가도 있다. 2005년 인천 맥아더 동상 철거를 주도한 통일연대 공동대표를 지냈고, 홍콩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원정 시위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최근 행보는 학생운동권 출신인 이석기, 김재연씨와 본질적인 차이를 보인다. “종북보다 종미가 문제”, “어느 나라에도 100% 완벽한 선거는 없다”는 등 궤변이 난무하는 와중에 균형 잡힌 판단을 내려왔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땅은 세상을 안 속이니까 커서 농사를 짓겠다고 생각했다. 농민운동을 하면서 꼭 그런 건 아니란 걸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건강한 균형감각을 유지하고 자신의 이익을 버릴 수 있었던 것은 진솔한 대지에서 꿈을 키웠고, 잔뼈가 굵었기 때문일 수 있다. 그에게서 합리적인 농민운동의 기대를 가져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