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아랍의 봄’… 이집트 대선 불만 전국적 방화·폭력 시위
입력 2012-05-29 19:16
이집트 대통령 선거의 결선투표가 호스니 무바라크 옛 정권의 대표적 인사와 보수적인 이슬람주의자 간 대결로 확정되면서 대선 후유증을 예고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AP통신 등이 29일 전했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가 다음 달 16∼17일(현지시간)의 대선 결선 투표가 무슬림형제단의 모하메드 모르시(61)와 총리 출신의 아흐메드 샤피크(71) 간 대결로 압축됐다고 28일 공식 발표하자, 이 같은 결과에 불만을 품고 이집트 전역에서 수천명이 거리로 뛰어나왔다.
지난해 ‘아랍의 봄’을 통해 무바라크를 축출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이집트 시민들로서는 자신들 앞에 놓인 고통스런 선택 앞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선관위의 발표가 난 뒤 수시간이 지나 수백명의 군중이 샤피크의 카이로 선거사무실에 난입, 유리창과 선거 홍보물들을 닥치는 대로 부수고 홍보 벽보를 떼어냈으며, 건물에 불까지 질렀다.
이 같은 분노의 시위는 수도 카이로뿐만 아니라 지중해 항구도시 알렉산드리아, 그리고 포트사이드, 수에즈 등 많은 도시에서도 일어났다. 타흐리르 광장에는 밤이 되면서 집회 참가자가 더 늘어났다. 대선 결선 진출에 실패한 칼레드 알리는 이날 타흐리르 광장 집회에 합류했다.
이동훈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