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 무력개입 하나… 합참의장 “군사적 옵션 준비할 것”

입력 2012-05-29 22:11

시리아의 ‘훌라 학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군 최고 책임자가 시리아 사태와 관련해 무력 개입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해 주목된다.

마틴 뎀프시 미국 합참의장은 28일(현지시간) 미 CBS방송에 출연해 “외교적 압력이 항상 군사적 옵션 논의보다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나의 직무는 ‘정책’이 아니라 ‘옵션’이므로 만일 그렇게 할 것을 요구받는다면 (군사적) 옵션을 제공하도록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리아 홈스주 훌라에서는 정부군의 무자비한 발포로 어린이 32명을 포함해 108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이에 대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만장일치로 규탄 성명을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비난이 고조돼 왔다.

뎀프시 의장은 이날 미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무력사용은 항상 신중해야 하지만 시리아의 현 상황이 무력개입을 필요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서방이 반정부군 지원을 통해 정권을 무너뜨린 리비아식 모델을 시리아에 적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특정 사례를 적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리비아에서 우리가 했던 것 중 일부는 시리아의 상황이나 시나리오에 적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오바마 행정부가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옵션’은 군사 개입보다는 ‘예멘식 정권교체’인 것으로 보인다. 예멘의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의 경우처럼 알아사드 대통령이 반군과 권력 분점 협상을 통해 일부 권력을 이양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오바마 행정부로서는 11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불안정한 중동에 다시 군사력을 투입하는 것이 모험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에 이어 아프가니스탄 철군 일정을 확정한 것을 업적으로 홍보해 온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군사 개입은 내키지 않는 카드일 수밖에 없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변수가 러시아의 입장 변화 가능성이다. 이날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모스크바에서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장관과 회담을 가진 뒤 “누가 시리아에서 권력을 잡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핵심은 폭력 사태를 종식시키는 것”이라며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 정부가 주요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혀 종전의 일방적인 알아사드 정권 편들기와 차이를 보였다.

한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시리아를 특사 자격으로 방문해 29일 다마스쿠스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과 면담했다고 관영 사나통신이 보도했다. 아난은 자신이 중재한 평화 협상안이 실질적으로 이행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알아사드 정권에 “대담한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훌라 학살’과 관련 프랑스 주재 시리아 대사를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영국, 호주, 스페인도 자국의 시리아 외교관들을 추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