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뚫린 미결수 관리, 원전비리 40대… 檢 조사중 도주, 3시간만에 검거

입력 2012-05-29 21:56

검찰 청사에서 조사받던 미결수가 도주한 지 3시간여 만에 붙잡혔다. 검찰의 허술한 미결수 감시 체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29일 오후 1시30분쯤 울산지검 별관 2층 특별수사부(부장검사 김관정) 254호 검사실에서 원전납품비리와 관련해 조사를 받던 미결수 김모(48)씨가 도주했다가 오후 4시30분쯤 검거됐다.

김씨는 조사를 받던 중 “머리가 아프다. 잠깐 쉬자”고 말한 뒤 청사 밖으로 걸어 나오자마자 높이 3m 정도의 검찰청사 담장을 뛰어넘어 청사 뒤 남산으로 도주했다. 당시는 점심시간 직후로 검사실에는 담당검사와 수사관은 없었고 교도감 1명만이 김씨를 지키고 있었다.

달아난 김씨는 한 주택에 걸려있는 파란색 체육복을 훔쳐 갈아입고 산 능선을 따라 약 4㎞정도 떨어진 곳으로 갔다. 김씨는 무거동 한 병원 인근에서 지인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한 뒤 기다리다가 이 지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검찰 수사관에 의해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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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과 부산구치소 직원들은 김씨가 달아난 뒤 30여분간 자체적으로 추적하다 뒤늦게 경찰에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나 초동대처마저 미흡했다. 이 때문에 울산지검 청사 인근의 아파트와 주택가 주민들은 미결수 탈주 사실을 언론을 통해 알고 불안에 떨어야 했다.

고리원전 제2발전소 기계팀장(2급)인 김씨는 2008년부터 최근까지 H사 등 납품업체 14곳으로부터 3억7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부산지검 동부지청에 의해 구속 기소됐다. 김씨는 부산구치소에 갇혀 있다가 이날 울산지검에 원전납품비리 추가 조사를 받으러 왔다가 탈주했다. 그는 최근 1심 재판에서 징역 6년에 벌금 7000만원, 추징금 3억7000만원을 선고받고 항소한 상태다.

울산=조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