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9대 중 6대가 계약과 달리 연식 초과·안전벨트 불량… “안전 우선” 당일 수학여행 취소 용단

입력 2012-05-29 18:41


광주의 한 초등학교가 임대 버스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예정됐던 수학여행(주제탐구 체험학습)을 전격 취소하는 용단을 내려 ‘안전 수학여행’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29일 광주시교육청과 광주 미산초등학교에 따르면 이 학교는 6학년생 230여명과 교사 등을 대상으로 지난 24∼25일 실시하려던 서울·경기지역 주제탐구 체험학습 계획을 출발 당일 취소했다.

학교 측은 출발 당일 학생들이 타고 갈 버스들을 점검한 결과 9대 중 5대가 당초 계약과는 달리 차량 연식이 오래됐고 1대는 안전벨트 불량이 많았기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긴급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 이같이 결정했고, 학생들에게는 “교과서에 나오는 공정거래가 이뤄지지 않아 계약을 파기했다”고 이해시킨 뒤 대신 이날 체육행사를 가졌다. 학부모들도 학교 측의 결정에 이견이 없었다. 최근 강원도 등에서 수학여행 버스 사고가 잇따른 가운데 아이들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학교 측의 판단에 동의한 것이다.

이 학교는 취소된 주제탐구 체험학습을 오는 6월 18∼19일 다시 실시하기로 하고 조만간 공모를 통해 여행사를 재선정할 예정이다.

학교 측은 여행사에 “계약을 위반한 만큼 체험학습 경비 2600여만원을 지급할 수 없다”고 계약파기를 통보했다. 또 여행사에 계약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였지만 계약보증회사에 위약금을 청구할 계획이다. 여행사 측은 이 학교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으며, 이미 예약한 숙박업소 등에 위약금을 자체 부담해야 할 처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임재관(60·사진) 교장은 “갑작스러운 행사 취소에 실망할 아이들을 생각해 그냥 출발할까도 생각했지만 무엇보다 생명과 안전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수학여행을 취소했다”고 말했다.

지역 교육계에서는 미산초교의 결정이 여행사와 인맥 등에 의한 뒷거래를 하지 않고 투명하게 계약 업무를 처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이와 함께 5∼6월 수학여행 시즌을 맞아 관광버스 수요가 많은 만큼 차량 안전 점검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광주=이상일 기자 silee06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