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심화] 스페인도 구제금융 요청? 금융시장 불안 고조

입력 2012-05-29 19:01

스페인 공포가 국제금융시장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외부의 도움은 필요 없다”고 하지만, 투자가들은 스페인이 그리스에 이은 유로존 구제금융국가가 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28일(현지시간) 자국 2위 은행 방키아에 대한 190억 유로(28조원)의 공적자금 지원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이 보도했다.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는 “우리는 어떤 은행이라도 붕괴되게 버려둘 수 없다. 이는 곧 스페인의 붕괴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지원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럽연합(EU)에 대해선 시장 혼란을 제어하기 위해 유로화를 방어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라호이 총리는 “은행권 위기로 EU에 구제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외부 지원 요청 가능성을 일축했다.

스페인 정부가 방키아에 투입한 190억 유로의 공적자금은 스페인 사상 최대다. 이 때문에 다른 은행에도 공적자금 지원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불안심리는 커지고 있다.

방키아 주가는 개장 직후 28% 폭락했다가 12% 하락으로 마감했다. 금융권 부실화 우려 때문에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하루 만에 18bp(0.18% 포인트) 급등해 6.47%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2011년 기록했던 6.7% 돌파도 시간문제로 본다. 국채금리가 7%에 도달해 자금조달 비용이 상승하면 스페인도 아일랜드와 그리스처럼 구제금융신청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마렉 벨카 폴란드 중앙은행총재는 이날 페루 리마에서 행한 연설에서 “스페인은 문제가 있는 은행이 추가 자본 확충이 필요할 경우 국제적인 구제금융의 방화벽에 의존할 수 있다”면서 “그 문제의 심각성은 그리스 다음”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국제금융시장은 스페인 발 불안감으로 출렁거렸다. 유럽 증시는 이날 그리스 재총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긴축정책을 지지하는 정당에 대한 지지가 좋게 나오는 등 그리스 우려가 완화됨에 따라 상승 출발했다. 하지만 스페인의 해외시장 자금조달 금리가 급등세를 보이자 하락세로 돌아섰다. 독일 DAX30지수가 0.26%, 영국 FTSE100지수가 0.09%, 프랑스 CAC 40지수가 0.16% 내렸다. 이어 개장된 뉴욕증시도 하락 마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