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심화] 그리스 경제 붕괴 조짐… 외국 기업들 거래 기피 확산
입력 2012-05-29 19:01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 가능성이 거론된 그리스 경제가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은행을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그리스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거래를 기피하며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가게들은 폭동에 대비해 보안 셔터를 설치했고, 가격을 깎아주는 대신 영수증을 주지 않는 탈세도 확산되고 있다.
◇은행에 돈 퍼붓는 그리스 정부=그리스 재무부는 28일(현지시간) 4대 은행인 그리스국립은행, 알파은행, 유로은행, 피레우스은행에 총 180억 유로(약 26조원)의 국채를 공급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날 “‘헬레닉재정안정기금(HFSF)’에서 이들 4대 은행에 180억 유로어치의 국채를 지원하는 작업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이들 은행이 이 국채를 담보로 유럽중앙은행(ECB)으로부터 유동성을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국가 이미지를 더 실추시키지 않고 사실상 구제받으려는 것이라고 외신은 분석했다. 그리스에서 가장 규모가 큰 이들 4대 은행은 이번 주 실적을 공개할 예정이지만 자금이 거의 고갈된 상태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외국 기업, 분주한 대비=유럽의 유명 전자 소매업체인 영국의 딕슨스는 최근 몇 주일간 만약에 있을지 모르는 소요사태에 대비해 그리스 내 총 98개 매장에 보안 셔터를 설치했다. 세바스찬 제임스 딕슨스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조치가 기우일 수도 있지만 대비하는 게 좋겠다는 판단을 내렸다.
그리스 재정위기가 악화되면서 이처럼 사회적 불안에 대비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미국 CNBC가 이날 보도했다. 그리스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은 그리스에서 현금을 빼내면서 부채를 줄이고 연체 고객들을 정리하고 있다. 또 그리스가 유로존을 이탈해 다시 옛 통화인 드라크마로 돌아가는 상황에도 준비하고 있다.
딕슨스는 만일의 경우 69곳의 직영 매장과 29곳의 프랜차이즈 매장을 일시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조니워커 위스키와 스미노프 보드카 등을 보유한 세계 최대 주류업체인 디아지오 역시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독일 고급차 BMW는 그리스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지금까지 그리스 내 달러를 4분의 1가량 줄였고, 연간 수출량도 3분의 2 정도 줄인 상태다.
◇탈세 목적으로 영수증 발급 안 해=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그리스인들은 세금부터 내라”고 한 발언에 대해 많은 그리스인들이 크게 반발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많은 음식점에서 가격 할인을 조건으로 영수증을 발급하지 않는 ‘절세’ 관행이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고 그리스 일간지 카티메리니가 보도했다.
정부 역시 병원과 약국에 약품을 공급한 제약회사에 대금 지급을 유예하는 등 공공부문의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 유로를 사용할지 드라크마로 할지 불확실한 탓에 기업 간 거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