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시작된 재앙?… 미국 서부해역에서 日 방사능 참치 잡혀

입력 2012-05-29 20:24

미국 서부 해역에서 붙잡힌 참다랑어(참치)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누출된 방사능에 오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스토니 브룩스 대학 연구진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난 지 5개월 뒤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부근 해역에서 잡힌 참다랑어 15마리를 조사한 결과 모두 체내 함유 세슘-134와 세슘-137 수치가 전년보다 10배가량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28일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발표했다.

이는 미국과 일본 정부가 정한 식품 안전 기준치보다는 훨씬 낮은 것이지만 학자들은 몸집이 큰 참치가 물질대사로 방사능을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던 터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연구진은 참다랑어들이 오염된 일본해역에서 헤엄치며 오염된 크릴새우나 오징어 등을 잡아먹으면서 방사능 세슘을 흡수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태평양 참다랑어는 물고기 가운데 가장 크고 빠른 것 가운데 하나로 몸길이 3m, 몸무게 450㎏까지 나간다. 일본과 필리핀 해역에서만 산란을 하며 어린 시절엔 미국이나 캐나다 서부해안에서 서식하는데 이번 잡힌 15마리의 평균 무게는 6㎏으로 어린 다랑어들이다.

이들은 “참다랑어들이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대사와 성장을 통해 일부 방사능을 배출했겠지만 1만㎞나 되는 먼 바다를 헤엄치면서도 신체 시스템에서 오염물질을 완전히 떨어내 버리지 못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우즈홀 해양연구소의 한 전문가도 “이 방사능의 출처는 의심의 여지 없이 후쿠시마”라고 논평했다. 연구진은 세슘-137은 원래 동태평양에서 존재해왔지만 세슘-134의 경우 원자력발전 등 인간의 활동에 의해서만 야기되는 물질로 후쿠시마에서 흘러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