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영기 (13) “예수 사랑 바탕으로 한 종합병원을 세우라”

입력 2012-05-29 18:08


사람들은 가끔 하나님의 뜻에 대해 오해를 하는 듯하다. 자기에게 도움이 되거나 자기 마음에 들면 하나님의 뜻이라 여기고, 그 반대이면 하나님께서 하지 말라신다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꾸준히 나 스스로를 점검하려고 노력한다. 혹시 내 생각이나 감정에 치우쳐 하나님의 뜻을 곡해하지 않나 하고 말이다.

나는 나를 향한 하나님의 비전에 확신을 갖고 있다. 한국에 종합병원을 세우고 중국에 많은 프랜차이즈 병원을 설립하라는 것이다. 나는 살면서 새롭고 크고 놀라운 일들을 많이 예비해놓고 계신 하나님을 끊임없이 확인한다.

2005년쯤부터 나는 종합병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 욕심으로, 다시 말해 돈과 명예를 좇는 게 아닌가 싶어 계속 기도했다. 그러다 안되겠다 싶어서 주위에 내 생각을 전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주위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 무엇 때문에 또 일을 벌이느냐는 것이었다. 정맥류 전문의원으로 완전히 자리잡아 누구보다 안정된 길을 갈 수 있는데 왜 굳이 힘든 길을 자청하느냐는 것이었다. 사실 종합병원을 한다는 건 큰 모험임을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았다.

하지만 내가 병원을 하려는 데에는 나름의 속내가 있는데, 아무도 그걸 몰라줬다. 사회봉사와 의료 선교를 지향하면서 궁극적으로 의료선교사를 배출하는 병원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었다. 실제로 나는 병원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일관되게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바탕으로 한 병원’을 비전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나름대로 사회봉사와 선교를 위해 꾸준히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

좌우간 나는 나름의 주관을 가졌기에 주위의 반대에 별로 개의치 않았다. 일단 가족과 친하게 지내는 교우들에게 내 생각을 솔직하게 전하고 기도해주기를 당부했다. 대부분은 기꺼이 찬동하면서 도움과 함께 중보기도를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1년여를 보내던 중, 한 교우가 서울 논현동 영동시장 입구에 적당한 건물이 매물로 나왔다는 소식을 전해줬다. 득달같이 달려가 살펴보니 입지가 괜찮고 건물 규모와 구조도 그런대로 쓸만했다. 급매물로 나온 터라 건물 가격도 시세보다 크게 낮았다. 주위에 기도를 부탁하고 나와 아내는 또 다시 집중기도를 시작했다. 나도 그랬지만 아내와 몇몇 가까운 사람들도 느낌이 좋다고 했다.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으로 병원 설립 준비를 시작했다. 의외로 준비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됐다. 마침내 2008년 1월, 60병상의 입원실을 갖춘 ‘연세SK병원’을 세웠다. 내가 맡을 성형외과를 비롯해 내과, 정형외과, 신경외과, 흉부외과, 마취과 등 6개 과를 갖춘 병원은 어디 내놔도 손색없을 정도였다.

병원을 연 나는 무엇보다도 병원 안에 찬양과 기도소리가 울려야 한다고 생각해 직접 신우회 결성을 주도했다. 그리고 병원 곳곳에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병원임을 알리는 표시를 내도록 했다. 아울러 목사님과 교우들에게 중보기도를 부탁했다.

하지만 그때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시련과 고난이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병원 운영이 시작부터 녹록치 않았다. 개인 의원을 운영할 때와는 판이하게 복잡한 문제들이 끊임없이 내 머리를 짓눌렀다.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다는 말이 실감됐다. 무엇보다도 적자가 계속 누적되면서 이러다간 금세 병원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까지 생겼다. 내가 직접 맡은 정맥류 클리닉은 계속 호황이었지만 다른 과에선 좀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여보, 기도 외엔 방법이 없어요. 죽을 각오로 하나님께 도와달라고 기도합시다.” 아내의 조언과 격려가 그나마 힘이 됐다. 우리 부부는 일하는 시간을 빼고는 기도에 매달렸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