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떼법’에 무릎 꿇은 여수엑스포 조직위
입력 2012-05-29 18:29
여수엑스포 조직위원회가 느닷없이 관람 예약제를 폐지하는 바람에 관람객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연휴를 맞아 여수엑스포 개장 이후 최대인 11만1000여명의 인파가 몰린 27일 예약이 아침 일찍 마감되자 일부 관람객이 조직위로 몰려가 직원 멱살을 잡는 등 거세게 항의했다. 놀란 조직위는 곧바로 예약제를 폐지해 버렸다. 그동안 여수엑스포 80개 전시관 중 8곳은 인터넷 30%, 현장 키오스크 70%의 비율로 예약을 받는 전면 예약제로 운영해왔다.
예약제가 폐지된 첫날인 28일 가장 인기 있는 전시관인 아쿠아리움 앞에는 관람객들이 3㎞까지 줄을 섰다. 입장까지 대부분 3시간이 걸렸고 한때 대기시간이 7시간이나 됐다고 한다. 이날 관람객은 4만2000명으로 전날의 절반도 안됐지만 따가운 햇볕 아래 장사진을 치고 녹초가 될 지경까지 기다려야 했다.
조직위가 160년 박람회 역사상 처음이라고 자랑했던 전면 예약제는 예약 문화에 익숙지 않은 우리 실정을 충분히 배려하지 않은 미숙한 행정이었다. 줄을 선 사람들을 위해 애초부터 일정 비율을 배정했더라면 현장에서 발생한 불만이 폭력 항의 사태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조직위가 ‘떼법’에 굴복해 서둘러 예약제를 폐지한 점이다. 조직위는 미처 예약 못한 사람들의 항의를 더 이상 듣지 않게 됐는지 모르지만, 예약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이들의 편익을 원천봉쇄한 셈이 됐다. 결과적으로 조직위가 소수의 목소리 큰 떼쓰기의 역성을 드느라 다수의 편익을 희생시키고, 선진 예약 문화를 정착시킬 호기를 포기한 격이 됐다.
무더위가 다가오고 있다. 뙤약볕 아래 기다려야 할 관람객들을 위해 예약제를 되살리고, 예약 비율의 탄력적 조정 등을 통해 운용의 묘를 살리는 방안을 조직위가 검토해보기 바란다. 차제에 엑스포 전반의 운영시스템을 재점검하고, 관람객의 편의에 소홀한 부분이 없었는지 되짚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