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출판] ‘히나님의 집’ 신학으로 건축하라!… ‘교회건축의 이해’

입력 2012-05-29 18:16


교회건축의 이해/이정구 지음/한국학술정보

책의 부제에 눈길이 갔다. ‘신학으로 건축하다.’ 신학으로 건축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성공회 사제로 현재 성공회대 신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있는 저자 이정구 신부는 이렇게 말한다. “종교 건축이란 저마다 그 신앙공동체가 한 곳에 모여 자신들이 섬기는 신을 경배하려고 마련하는 처소다. 따라서 교회는 우선 전례와 예배가 집행되고 신앙 공동체가 공동, 또는 개별로 영성을 체험할 수 있도록 건축의 양식과 재료, 규모가 고려되어야 한다.”

저자의 설명대로 교회를 건축하기 위해서는 신학적 토대가 있어야 한다. 예배 공간과 문, 통로, 벽과 창, 천장과 지붕, 심지어 죽은 자의 공간에 이르기까지 신학적 성찰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교회건물 자체가 하나님의 뜻을 전하는 매체이며 말씀의 선포라는 것이다.

영국 버밍험 대학교에서 ‘Architectural Anglicanism(건축학적으로 본 성공회)’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신부는 책에서 한 종교 건축물내의 다양한 부분에 깃든 신학적 의미를 짚고 있다. 그는 중세의 성당을 ‘하나님이 거하시는 집’이라고 하면서 그 하나님의 집 자체가 우상화 되는 과정도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집은 신앙 때문에 박해를 받아 저항하고, 황제의 도움으로 어용이 되어 권력을 누렸던 집이다. 가난의 편에 서면서 한편으로는 부를 누리고, 전쟁으로 유발하거나 피신하며 정의와 불의의 틈새에서 살아남은 하나님의 도성이며 그 백성들의 살아있는 유산이다.” 각 시대마다 신학을 건축물의 문과 통로, 벽과 창, 지붕에 입힘으로써 교회 건물이 성상(聖像)이 되고, 그 성상이 파괴할 수 없는 우상이 되었다는 것이다. 지금의 한국 교회도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할 점이 아닐 수 없다.

저자는 이 책을 ‘신학과 무관하게 대형화되고 있는 한국의 현대 교회건축물에 대한 신학적 반성문’이라면서 “목회자들이 교회 건축을 할 때에 상징적인 신학의 의미를 이해한 후 이를 건축가와 신자들에게 설명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책 속에는 다양한 국내외 교회 건축물에 대한 사진과 함께 자세한 설명이 들어가 있다. 그 건축물에 깃든 신학적 의미는 신학과 교회건축을 전공한 사람 아니고서는 쓸 수 없을 정도로 구체적이다. 교회 건축 이야기를 통해서 깊디깊은 신학적 성찰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신선하다. 저자는 “현대 교회는 사회 안에서의 다양한 공공성을 실천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져야 한다”면서 “그래야만 교회건축물이 사회 안에서 종교 건축물로서의 소명과 가치가 있게 된다”고 말했다. 교회 건축을 고려하는 목회자나 신학생들에게 유익한 책이다.

이태형 선임기자 t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