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비키 美 퓨리탄리폼드신학교 총장
입력 2012-05-28 18:28
최근 한국교회 안에 청교도 신앙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작금의 위기를 타개하고 부흥을 이루기 위해선 하나님 절대주권 사상과 성경의 최고 권위, 무오성을 바탕으로 한 청교도 개혁신앙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마침 청교도신앙 연구의 권위자인 조엘 비키(60) 미국 퓨리탄리폼드 신학교 총장이 한국을 찾았다. 전 세계 개혁주의 진영 콘퍼런스에서 가장 인기있는 강사 중 한 명인 그는 지난 25일 서울 총신대에서 열린 ‘Refo500 국제콘퍼런스’에서 ‘청교도의 희생적 열심’이란 제목으로 설교, 참석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줬다. 28일 비키 총장을 만나 청교도 신앙과 자녀교육의 중요성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국 성도들에게 자기소개부터 해달라.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에서 종교개혁과 종교개혁 후기 신학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6년째 신학교 교수로 가르쳐 왔고 1994년부턴 미국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에 위치한 퓨리탄리폼드신학교 총장을 맡고 있다. 현재 750명의 세례교인이 출석하는 헤리티지화란개혁주의교회를 담임하고 있으며, 리포메이션 헤리티지 출판사의 편집장과 인헤리턴스 출판사 사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청교도 관련 50여권의 책을 저술·편집했다.”
-2017년 종교개혁 500주년을 준비하기 위한 ‘Refo500 국제콘퍼런스’에서 설교했는데.
“청교도의 희생적 열심에 대해 메시지를 전했는데 참된 열심과 거짓된 열심에 관한 것이었다. 참된 열심은 항상 하나님의 영광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말씀에 발판을 두고 주님의 영광을 추구하는 것이다. 반면 거짓된 열심은 자기 자신이 얼마나 종교적인 사람인가에 관심을 가지며 자신의 왕국 건설에 관심을 가질 뿐 하나님 나라에는 관심이 없다. 거짓된 열심은 자기중심적이기에 교만에 이르지만 참된 열심은 하나님 중심적인 삶을 살기에 더욱 겸손하게 만든다.”
-특히 회개하는 삶을 강조했는데.
“위대한 종교개혁자들과 청교도들은 날마다 하나님 앞에 회개했다. 그들이 존경받는 것은 그 어떤 위대한 일 때문이 아니라 날마다 죄와 싸웠던 열심과 회개에 있다. 과거 종교개혁자와 청교도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죄와 싸우는 열심과 회개, 스스로를 개혁하려는 열정으로 오늘을 살아야 한다.”
-이 시대에 청교도 신앙이 한국과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신앙공동체에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청교도들은 매우 성경적인 삶을 살았다. 청교도 신앙에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실천적 교훈이 들어있다. 그들의 가르침은 지적인 것이 아니었다. 머리 가슴 손 발 등 전인격에 머무는 진지한 가르침이었다. 의무적인 예배와 성경읽기, 기도생활은 오히려 참된 부흥을 막는 방해꾼이 될 수 있다. 하나님의 말씀이 지닌 능력을 철저히 신뢰하고 성경으로 돌아가려는 자세, 말씀을 사모하는 마음, 신앙 열정이 정말 필요한 시대다.”
-엄격한 도덕, 주일 엄수, 향락제한을 주창한 청교도 신앙이 현대인들에게 부담스럽게 느껴지지는 않을까.
“물론 16∼17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활동했던 초창기 청교도의 삶을 무조건 따르자는 말은 아니다. 성경보다 더 큰 뭔가를 얻고자 한다면 청교도주의자가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청교도 영성은 성경에 충실했을 뿐이다. 즉 청교도 영성을 통해 성경에 충실해질 수 있고 거기서 풍부한 것을 배울 수 있다. 청교도들은 좋은 그리스도인이 되는 아주 상세한 지침서를 갖고 있었다. 예를 들어 가정에서 남편과 아내의 역할은 물론 부모의 역할을 명시했다. 또 직업 현장에서 정치가로서 교육자 등으로 ‘어떻게 건강한 시민으로 살 것인가’를 상세하게 다뤘다. 그들은 개인주의·이기주의적 신앙이 아닌 교회와 국가, 이웃을 섬기는 데 관심을 가졌다. ‘청교도를 만나다’ ‘하나님의 약속을 따르는 자녀양육’ 등 청교도 신앙과 관련된 많은 책이 있으니 꼭 구해 읽어보기 바란다.”
-한국에선 자녀교육 문제로 몸살을 앓는데 성경적 해법은.
“우리는 ‘천 대에 이르는’(신 7:9) 하나님의 관점에서 자녀양육을 바라봐야 한다. 자녀양육은 단지 집안의 질서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하는 게 아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자비라는 비옥한 토양에 씨앗을 심어 오랜 세월을 견뎌낼 거목을 길러내는 것과 같다. 은혜 언약이란 그리스도안에서 하나님과 그분의 백성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약속이다. 은혜의 언약을 자손만대에 전수시키기 위해 가정예배를 통해 대화를 나누며 자녀들에게 날마다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기도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녀들이 기독교 교사들로부터 기독교 교육을 받게 하고 부모가 모범을 보여 자녀들에게 경건을 가르치기 위해 힘써야 한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