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여론 업고 주사파에 작심 발언… 공안바람 불까
입력 2012-05-28 18:47
통합진보당 구당권파 겨냥한 직격탄 왜
그동안 ‘여의도 정치’와 관련해 가급적 언급을 하지 않았던 이명박 대통령이 28일 비례대표 경선 부정 파문의 장본인인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를 겨냥해 “북한보다 더 큰 문제”라고 공격했다.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동반함에 따라 이 대통령이 작심하고 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특히 정치권은 이 대통령이 ‘종북 세력’ 혹은 ‘종북주의자’라는 용어까지 구사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소위 민족해방(NL)계열 주사파 운동권 세력이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뿐 아니라 사회 각 부문에서 “진보를 가장해 친북 활동을 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은 2008년 10월 재향군인회와의 간담회에서 좌파 세력이 북한 정권에 동조하면서 이념 갈등을 조장해선 안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비판 수위가 지금처럼 직접적이지는 않았다. 이 대통령의 라디오연설은 통합진보당 내분 사태 이후 주사파에 대해 갈수록 싸늘해지는 국민 여론도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현 정부는 집권 첫해부터 ‘북한 트라우마’에 시달려 왔다. 온건 진보 성향의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달리 대북 강경기조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사태 등을 겪어야 했고 천안함 사건과 관련해서는 아직도 좌파 진영으로부터 “자작극 아니냐”는 비난까지 듣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부정선거 행태와 폭력사태 등은 이 대통령에게 좋은 반격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날 언론과의 접촉에서 “이 대통령이 통합진보당 사태를 지켜보면서 국민들이 종북 좌파의 실체에 대해 냉정하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과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2008년 쇠고기 촛불시위 등이 북한 또는 주사파 운동권 세력과의 연계 속에 이뤄졌다는 의심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 발언으로 검찰의 종북 세력 수사에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상대 검찰총장은 지난해 8월 취임하면서 “종북 세력 척결을 위해 수사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야권에서 ‘신(新)공안정국’이 조성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진보 진영 일개 분파 문제로 정치권 전체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신경민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색깔론 공세에 편승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고, 통합진보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의 이정미 대변인도 “정부 잘못을 색깔론으로 잠재워보려는 속셈”이라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권 내에서 남북관계 개선은 물 건너갔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