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硏 보고서 “한국, 부패만 해소돼도 4%대 잠재성장률 달성”
입력 2012-05-28 21:54
상대적으로 부패수준이 낮은 나라들은 매년 0.6∼1.4% 포인트 높게 성장하며, 한국은 부패로 인한 성장 손실이 다른 나라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부패수준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만 돼도 4% 안팎의 잠재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패와 성장은 반비례= 현대경제연구원은 28일 내놓은 ‘부패와 성장’ 보고서에서 그같이 지적했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매년 발표하는 부패지수(CPI)에서 한국은 1999년 3.8점(p)에서 2008년 5.6점으로 상승했다가 2011년 5.4점으로 다시 하락했다. CPI는 10점 만점으로 0점이 가장 부패한 수준이다. OECD 평균은 지난해 6.9점으로 한국보다 1.5점 높았다.
보고서는 실증분석모델을 통해 부패와 성장이 반비례한다는 기존연구를 재확인하는 한편 CPI가 1%(0.1점) 상승하면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0.029% 상승한다고 분석했다. 1995∼2010년 평균 한국의 CPI와 OECD 평균 CPI의 차이는 2.3포인트로 CPI가 23% 개선돼야 함을 뜻했다. 실제로 개선됐다고 가정하고 이를 2010년 1인당 GDP로 환산하면 138.5달러, 명목 GDP로는 약 66억 달러이며, 이는 그해 명목 GDP의 0.65%에 해당됐다(표 참조).
◇지하경제규모 200조원 이상=문제는 부패해소 여부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국민, 전문가 등이 느끼는 부패인식정도는 여전히 매우 낮은 편이다.
지난해 12월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국민부패인식도는 10점 만점 기준 3.06점으로 전년보다 0.6점 하락, 2006년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전문가의 부패인식 점수도 2009년 4.2점에서 3.84점으로 후퇴했다.
한국조세연구원이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상위 3∼4위에 속한다. 1990년 GDP 대비 28.7%→2000년 23.7%→2008년 17.1%로 해마다 줄고는 있으나 지난해 GDP 1237조원에 17.1%를 적용하면 212조원이나 된다. 연 10%의 부가가치세만 따져도 세금 탈루규모가 21조원 이상이라는 얘기다.
OECD가 최근 한국의 20년 후 잠재성장률이 1%를 기록, 회원국 최하위권 수준으로 추락할 것이라고 경고했으나 현대경제연구원은 부패 문제만 해결된다면 잠재성장률 4% 유지도 어렵지 않다고 지적한다. 부패가 나라를 좀먹고 있는 셈이다. 지속성장을 위해서라도 국가 전체의 청렴도 제고가 시급하다.
조용래 기자 choy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