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기성] 원전 화재,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입력 2012-05-28 18:10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사업자의 안전의식과 규제기관의 신뢰성 여부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에서 프랑스 팡리 원전의 화재발생으로 화재방호 및 안전관리가 새로운 이슈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필자는 국내 원전의 화재안전관리 현황과 기술수준 강화 방안을 제시해 본다.
첫째,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US NRC) 자료에 따른 원자력발전소의 중대위험 중 화재의 비중은 30∼75%였다. 미국원자력보험회(ANI)의 ‘원전화재손실분석보고서’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0년까지 5년간 500억원 이상의 손실을 가져온 600건의 사고 중 25%를 차지했다. 국내 원전에서 전문성이 가장 떨어지는 분야가 화재방호다. 고리원전 1호기 건설 당시 국내에는 방화공학을 전공한 엔지니어가 없었으며, 원자력안전규제기관과 원전사업자가 극소수의 화재안전공학 전공자를 채용한 것이 최근 몇 년 사이의 일이다.
둘째, 미국 화재방호협회(NFPA) 자료에 의하면 91년부터 95까지 5년간 미국 내 103기 원전에서 38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10개 중 1개에서 화재가 발생할 수 있는 빈도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규제기관과 사업자 모두 원전 화재위험관리 중요성에 대한 인식도가 높지 않다. 신규 원전은 화재방호설계를 한국전력기술에서 단독으로 수행해 왔다. 그러나 원전 화재방호 설계능력이 부족하고, 실제 설계의 경우 해외기준에 익숙하지 못한 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실정이다. 특히 설계 타당성에 대한 ‘제3자 검토’가 없으며, 규제기관의 검토가 미약하고 해외기준 및 규제기관 요구사항을 포괄하는 통합된 국내 기준이 없다.
셋째, 대통령 소속인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과 전문위원 중에 화재방호전문가가 없는 대신 방화공학이 아닌 건축학을 전공한 도시방재전문가가 석유화학공장보다 더 높은 수준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원전의 화재방호를 담당하고 있다. 이는 원전 화재방호 목적이 화재로부터 1차적으로 노출된 인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 이외에 방사능 누출을 억제하고 안전운전정지를 가능케 해야 한다는 특수성의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것이다. 내과의사에게 외과영역의 수술을 맡기겠다는 것이다.
넷째, 한국전력이 원전 전문가 양성을 위해 설립한 국제원자력대학원대학교(KINGS) 교과과정 설계서에서도 원전 화재방호 분야를 찾아볼 수 없다. 원자력 화재안전관리에 있어 규제기관과 사업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중요한 사실은 검증과정이 생략된 화재방호 프로그램을 최상의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원자력의 수용성은 규제기관의 신뢰성에 기초한다. 대통령 소속인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존재감을 갖기 위해서는 원전 화재방호 분야 (전문)위원을 확보하고, 국내외에서 검증된 원전 화재방호전문가를 초청해 국내 원전의 화재안전관리 문제점을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강기성(전력경제연구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