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醫協의 포괄수가제 반대, 명분 없다
입력 2012-05-28 18:09
오는 7월부터 포괄수가제를 전 의료계로 확대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정부와 대한의사협회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의협은 포괄수가제 재논의를 요구하며 지난 24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회의에서 의협 소속 위원 2명을 퇴장시킨 데 이어 대국민 홍보를 확대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질병별로 진료비 총액을 미리 정하는 ‘진료비 정액제’다. 검사나 처치, 수술, 입원 등 의료행위별로 의료비를 매기는 행위별 수가제의 대안이다.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불필요한 검사나 처치를 하는 과잉진료를 막게 돼 건강보험 재정의 부담이 줄어든다. 정부는 일단 맹장 치질 백내장 제왕절개 등 비교적 경미한 7개 질환을 대상으로 이 제도를 전면 실시할 예정이다.
의협은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 의사들이 정해진 진료비 안에서 진료하기 위해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생략하거나 저가 의약품을 사용하고 고급 신기술은 배제하게 돼 의료의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정부가 1997년부터 이 제도를 시범실시한 결과 진료비용이 줄었지만 재수술 등 부정적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2년부터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이후 이미 동네의원의 84%, 소형병원의 41%가 동참하고 있다.
의협이 지난 2월 건정심에서 포괄수가제 의무적용 방안을 의결할 때도 참여해놓고 회장단이 바뀌자 수개월 만에 이를 뒤집은 것은 신의에 어긋난다. 게다가 포괄수가제 보완책으로 의료수가 인상이나 의사 인건비 분리 책정 등을 요구하고 있어 결국 병원의 수입이 주된 관심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의협은 명분이 부족한 주장을 접고 건정심에 복귀해야 한다. 의료의 질 저하가 문제라면 감시장치 등 대안을 찾고, 돈이 문제라면 건강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고급 의료비용을 올리는 방안 등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의협은 단순한 이익집단이 아니라, 사회의 신뢰와 존경을 받는 의사들의 모임이며 공공성을 갖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