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심영기 (12) 中서 정맥류 진료 선풍적 인기 “주님 감사합니다”
입력 2012-05-28 18:13
“너희 발바닥으로 밟는 곳을 내가 다 너희에게 주었노니”(수 1:3).
우리 부부는 중국에 병원을 세울 계획을 세우고 난 뒤 하나님께서 여호수아에게 주신 말씀을 붙들고 기도에 매달렸다. 하지만 주위의 반대가 만만찮았다. 특히 중국에서 살다가 온 사람들의 반대가 더 심했다. 중국에서 병원을 세우기도 어려울뿐더러 세우더라도 성공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이다.
그래도 일단 시도는 해보기로 했다. 역시 시작 단계부터 쉽지 않았다. 다롄시 위생국의 비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독립병원 설립은 난망했다. 한 가지 방법은 현지 병원의 영업허가서(한국의 의원 개설허가서)를 빌려 쓰는 방법이 있었다. 병원 안에 하나의 과를 만들어서 독립채산제로 운영하는 식이었다.
나는 다롄의 육군병원 안에 분원을 만들기로 하고 계약했다. 한데 ‘만만디’라는 말은 들었지만 그렇게 늑장을 부릴 줄은 몰랐다. 2년이 지나도록 군부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다가 결국 없었던 일로 해버렸다. 당시엔 마음이 상했지만 후에 생각하니 그 또한 하나님의 배려였다. 중국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범할 실수를 하나님께서 사전에 막아주신 것이다. 그때 맺은 계약조건으로는 투자금을 고스란히 날리기 십상이었다는 걸 한참 뒤에 알았다.
그때부터 나는 중국 공부에 들어갔다. 먼저 중국어학원을 다니면서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익혔다. 그리고 중국에서 사업할 때 챙기고 주의할 점을 다각도로 배웠다. 알면 알수록 중국에서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걸 깨달았다. 애초 계약이 무산된 것이 너무나 다행스러웠다. ‘하나님 감사합니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싶어서 다시 중국행을 노크했다. 그리하여 2000년 10월 다롄의 해군병원 안에 분원을 열었다. 아마 한국인 의사로는 처음으로 중국에서 진료할 수 있는 허가서를 받았을 것이다. 미용성형, 레이저, 여성 치질, 정맥류 등 4가지를 중점 진료과목으로 정해 진료를 시작했다.
역시 만만치 않았다. 6개월이 지난 후 수지타산을 맞춰본 결과 정맥류만 빼고 모두 적자였다. 정맥류 외에는 중국 병원과 별로 차별화되지 않으면서 치료비가 비싼 등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정맥류만큼은 거기서도 블루오션이었다. 현지의 ‘다롄TV’에서 나의 정맥류 치료법을 특집방송으로 내보냈다.
하나님께서 손수 주신 새 술인 정맥류를 새 부대인 중국에 담으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대를 걸었던 미용성형은 지지부진한 대신 정맥류가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걸 보면서 나에게서 정맥류는 하나님의 선물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했다.
그렇게 3년 정도 중국 진료를 했을 즈음, 국가시책으로 해군병원을 폐쇄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중국 진출도 이걸로 끝인가 했는데 뜻밖에도 다롄 시내에 건물을 구해 독립법인으로 병원을 운영할 수 있는 길이 나왔다. 참으로 나를 향한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을 뼛속까지 느꼈다.
한국의 신고제와 달리 중국에선 병원을 허가제로 하고 있어 중국인 의사들도 개원하기가 무척 어렵다. 병원을 열려면 공무원들의 드센 입김을 비롯한 숱한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그런데도 나는 2006년 5월 중국 수도 베이징에 정맥류 전문 병원을 또 하나 열었다. 베이징의 경우 높은 부동산 비용에다 유명한 병원이 많아 운영하기가 정말로 어렵다. 하지만 다롄에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은 베이징에서도 동일하게 역사하셔서 그런대로 잘 운영되고 있다.
나는 중국에 두 개의 병원을 세우고 운영하는 과정을 생각하면 누가복음 5장 4∼6절이 떠오른다. 밤새도록 수고하고도 물고기 한 마리 못 잡았던 시몬이 말씀에 의지해 그물을 내린 결과 그물이 찢어지도록 잡은 내용이다. 정말로 주님을 의지하고 그분의 뜻에 따르면 불가능이 없다는 진리를 새삼 확인한다.
정리=정수익 선임기자 sag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