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 참을성과 포용력

입력 2012-05-28 18:10

必有忍, 其乃有濟, 有容, 德乃大.

반드시 참을성이 있어야만 성공할 것이며, 포용력이 있어야만 덕이 커질 것이다.

서경(書經)‘군진(君陳)’


위의 글은 주나라 성왕(成王)이, 주공(周公)을 계승하여 국사를 맡은 군진(君陳)이라는 신하에게 훈계한 내용이다.

논어에도 “작은 것을 참지 못하면 큰 계책을 어지럽힌다(小不忍, 則亂大謀)”는 말이 있다. 광해군 때의 문신 이이첨(李爾瞻)은 젊어서 집이 매우 가난하였다. 하루는 집에 와 보니 아내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담벼락의 흙을 파먹고 있었다. 이이첨은 그 뒤로 옳지 않은 방법으로 벼슬에 나아가 영달하였다고 하는데, 죽음에 임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조금만 배고픔을 참으시오(小忍飢)’라고 했다고 한다. ‘대동기문(大東奇聞)’에 실려 있는 일화이다.

또 진나라의 이사(李斯)는 “태산은 작은 흙덩이를 사양하지 않고, 하해는 작은 냇물도 가리지 않는다(泰山不讓土壤, 河海不擇細流)”라는 말로 군왕의 포용력을 강조하였다.

춘추 시대 초나라 장왕(莊王)이 신하들과 주연(酒宴)을 벌였는데, 촛불이 꺼졌을 때 미인의 옷을 당긴 자가 있었다. 미인이 그 신하의 갓끈을 끊고는 왕에게 고하자, 왕은 애첩의 정절을 드러내기 위해 선비를 욕보일 수는 없다며 모두 갓끈을 끊게 하고 주연을 즐겼다. 훗날 진(晉)나라와의 싸움에서 목숨을 걸고 분전한 신하가 있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그 신하였다. 유향(劉向)은 ‘설원(說苑)’에 이 일화를 기록하고, 음덕(陰德)을 쌓은 자는 반드시 양보(陽報)가 있다고 논평하였다.

조선 시대 성현(成俔) 역시 이 일을 두고, 위엄과 이익만으로 사람을 다스리기 어려우므로 군주는 반드시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고 역설하였다. 어디 군왕뿐이랴. 아랫사람의 작은 허물이나 사적인 것은 눈감아 주고 대체를 보면서 성심과 신의로 대하는 큰 도량이 없다면 어떻게 남의 윗사람이 될 수 있겠는가.

요즈음 무엇보다도 인내와 도량을 갖춘 지도자가 그립다.

김종태(한국고전번역원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