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흔들리며 피는 꽃이 더 아름답다

입력 2012-05-28 18:21


시인 도종환님은 ‘흔들리며 피는 꽃’이라는 시를 썼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 다 흔들리며 피어나니 / 흔들리며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에 어떤 꽃도 저절로 피어나지는 않는다. 모든 꽃은 바람에 흔들리고 폭우에 젖는 고통이 없이는 결코 화사한 꽃을 피울 수가 없다. 그것뿐인가. 갈대도 흔들리며 아름답게 피어난다. 순천만의 겨울 갈대밭을 보면 하얀 눈꽃 밭을 보는 듯 한 편의 장엄한 시처럼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 가서 보면 상처 받지 않은 갈대가 없다. 그 상처 받고 부러진 갈대들이 모여서 서로 의지하며 신비롭고 장엄한 갈대촌의 군락을 이룬다.

지금껏 한국교회는 안티 크리스천들의 무차별한 공격과 난타전으로 많이 흔들렸다. 또한 목회자와 교계 지도자들의 리더십이 풍전등화의 위기처럼 흔들렸다. 특별히 요즘은 교회와 교계로부터 존경을 받는 큰 지도자나 원로목사님들을 어떻게든지 흠집을 내서 그 권위와 리더십을 끌어내리고 흔들어댄다. 그러나 꽃들도 흔들리며 피어야 그 모습이 화사하고 진한 향내를 진동하는 것처럼 영적 지도자들의 리더십의 꽃도 더 화려하게 피어날 것이다.

나도 연초에 갑작스럽게 당한 안면마비 때문에 너무 황당했다. 거울을 볼 때마다 내 자신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했다. 어떻게 강단에서 설교해야 할 목사에게 이런 괴이한 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너무 몸을 혹사하고 과로해서 온 것이지만, 그러나 나는 그 구겨진 얼굴을 통해서 내 영혼의 찌그러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우리 교인들은 나를 위해서 눈물로 기도하였다. 장로님들은 내 앞에 엎드려서 석고대죄를 하는 마음으로 “우리가 목사님을 잘못 모셔서 이렇게 됐다”고 무릎을 꿇으면서 앞으로 더 잘 모시겠다고 했다. 그러나 교회 밖으로부터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내가 너무 교만하고 거만해서 그랬다거나, 내 리더십이 흔들려서 교회가 깨지려는 위기 때문에 너무 열을 받아서 그렇게 됐다는 이야기가 돈다는 것이다. 그때 나는 더 쓰라린 영혼의 상처를 입고 괴로웠다. 과연 뜬소문의 폭풍에 내 영혼도 흔들리고 잠시 정체감도 흔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내 자신도 그렇게 흔들릴 때 더 낮아지며 주님을 붙잡고 눈물로 기도하였다. 그리고 주님을 더 사랑하며 아름다운 사명의 꽃을 피우겠다고 다짐하였다. 그랬을 때 이전 보다 더 아름다운 영혼의 꽃과 사역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한국교회도 마찬가지다. 다시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지도자들이 공격의 바람을 맞을 때, 우리가 그 폭풍을 가르며 더 하나님께 돌아가야 한다. 흔들리는 꽃이 아름답듯이, 우리의 사역과 지도력의 꽃을 더 화려하고 상큼하게 피울 수 있다. 온실 속에 피는 꽃보다 광야나 산야에서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다운 것처럼 위기와 고난의 폭풍 속에서 핀 꽃이 더 아름답지 않겠는가.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