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정부와 반정부군 간 휴전에 들어간 시리아 중부의 한 도시에서 지난 주말 정부군에 의해 10세 이하 어린이 32명을 포함한 무고한 시민 90여명이 무참히 학살당하는 비극이 일어나 국제사회에 충격을 던지고 있다.
26일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반군이 장악한 중부 홈스 주 훌라에서 참사가 시작된 건 금요일인 25일 낮. 이곳 수니파 무슬림 주민들은 평소처럼 예배를 마치고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그런데 갑자기 정부군과 친정부 민병대가 들이닥쳐 탱크와 대포 등을 동원해 마을에 폭격을 가했다. 학살은 다음날 새벽까지 18시간 지속됐다.
군인들이 몇 개 마을에 폭격을 퍼부었고, 이어 친정부 성향의 폭력배들이 떼를 지어 가가호호 찾아다니며 주민을 살해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이들은 총 외에 칼을 사용하기도 했다. 반정부 활동가들은 대량 학살의 상당 부분이 ‘샤비하’라고 불리는 이 지역 친정부 폭도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했다. 이들은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종교인 알라위테 신봉자들이다.
26일 오후 현장에 도착한 유엔감시단은 최소 92구의 시신 외에 300여명의 부상자들도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또 마을에서 탱크 등의 잔재도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정부군이 민간인에 중화기를 사용함으로써 휴전 협정을 위반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NYT는 지적했다.
희생자들의 시신은 회교 사원 주변 임시 영안실에 안치됐다. 유튜브에 오른 한 동영상에는 시신들이 죽 늘어선 모습이 찍혔으며, 그들 대부분이 어린이들로 관자놀이에는 총알자국이 선명했다. 반정부 시위가 시작된 이래 크고 작은 정부군의 민간인 공격이 있었지만 이번 사건은 최악 참사로 평가된다. 더욱이 유엔 감시단원들이 시리아에 배치된 상황에서 참사가 일어나 휴전 협정에 대한 회의도 고조시키고 있다. 지난 4월 발표된 휴전 협정의 설계사인 코피 아난 유엔-아랍연맹 특사는 즉각 다마스쿠스로 향했다
현재 시리아에는 비무장 유엔 감시단원 270여명이 전국에 배치돼 있다. 현지 주민들은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감시단원들에게 지금 참극이 일어나고 있으니 와서 막아달라고 했지만 아무도 와주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시리아 정부 측은 테러리스트 소행으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
하지만 반군인 자유시리아군(FSA)은 성명을 통해 “휴전 협정이 정부군이 민간인을 죽이고 도시와 마을을 파괴할 시간만 벌게 하고 있다”면서 “특단의 조처가 없다면 더 이상 휴전협정을 준수하지 않겠다”고 비난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정부를 비난했다.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코피 아난 특사는 “민중봉기 이래 가장 유혈적인 것으로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윌리엄 헤이그 영국 외무 장관은 유엔 안보리가 수일 내 이 문제를 다룰 회의를 소집하라고 촉구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은 “미국은 아사드 대통령과 그 일파에 대한 압박을 증대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인간이 아니었다”… 시리아 친정부 폭력배 떼지어 다니며 살육
입력 2012-05-27 1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