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이 된 바람… 야구 천재 이종범 19년 프로생활 은퇴식
입력 2012-05-27 19:01
아직도 그라운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일까. 19년간 입었던 프로 유니폼을 반납해야 하는 시간이 되자 애써 참았던 눈물이 그의 뺨을 타고 흘렀다. 시즌 개막 직전 갑작스런 은퇴발표로 팬들을 놀라게 했던 KIA 타이거즈 이종범(42). 26일 밤 고향인 광주구장에서 열린 공식 은퇴식은 어제의 별이 이제는 전설이 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바람의 아들’ ‘야구천재’ 등 수많은 칭송을 뒤로 한 은퇴식은 그를 아꼈던 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대한 고별식으로 치러졌다. 프로야구 초유의 헌정경기로 열린 KIA-LG전 1만여 석의 입장권은 순식간에 매진됐다. 관중들은 그의 배번(7)과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속속 경기장에 입장했다. 이종범과 꼭 같은 유니폼을 맞춰 입고 뛴 KIA 선수들은 은퇴경기도 없이 그라운드를 떠나는 선배를 위해 값진 승리를 선물했다.
은퇴식에서 패러글라이더를 타고 하늘에서 날아온 이종범의 등장은 19년 전 한 야구천재의 등장을 상징하는 장면 같기도 했다. 또 김응용, 김성한 등 프로 및 모교 스승들이 야구장의 흙을 담아 전달한 의미는 피와 땀, 눈물이 서린 그라운드를 잊지 말라는 당부이기도 했다. 이종범의 유니폼을 전달받은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그의 유니폼을 야구박물관에 영구보관하게 된다.
김조호 KIA 단장이 수많은 팬들 앞에서 그의 배번을 영구결번으로 선언했을 때 팬들에게 기쁨과 추억을 안겨준 유니폼의 등번호는 마침내 전설이 됐다. 프로야구 12번째 결번이다.
이종범은 휘문중학교 야구팀에서 자신의 포지션이었던 유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아들 정후(14)군을 위해 은퇴식을 멋진 선물로 만들었다. 이날 아버지는 시구자로, 아들은 시타자로 나섰다. 은퇴 후 광주에서 서울로 전학해온 아들이 선수로서 성공하라는 당부의 뜻이기도 했다. 은퇴식을 지켜본 정후군은 “아빠의 한 시즌 최다기록인 84개 도루에 도전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새로운 전설이 잉태되는 순간이었다.
고별사에서 “다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지키겠다”고 약속한 이종범은 골든글러브 6회, 한국시리즈 MVP 2회, 타격왕 1회, 도루왕 4회 등 한국 프로야구사에 지워지지 않을 족적을 남긴 채 그렇게 떠났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