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 더 늘어나는 가족해체 비극… 5월 자살률 20.7%, 1년 중 가장 높아
입력 2012-05-27 18:42
가정의 달 5월 목숨을 끊어 가정을 파괴하는 극단적인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해 주변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생활고와 부부싸움 등이 원인이었다.
27일 경기 용인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경기 용인 모 빌라에서 26일 오후 8시30분쯤 김모(42)씨가 부인(34)과 말다툼 하다가 장모와 부인 앞에서 흉기로 자신의 왼쪽 가슴을 3차례 찔렀다. 김씨는 곧장 119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1시간여 만에 숨졌다.
부인과 9년 전부터 별거 중인 김씨는 이날 모처럼 자녀와 시간을 보내기 위해 처가를 방문했으나 부인이 이혼을 요구하자 “차라리 죽겠다”며 자해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앞서 부산 도시철도 1호선 서대신역 승강장에서는 오후 3시30분쯤 박모(31)씨가 진입하던 열차에 갑자기 뛰어들었다. 박씨의 아내(30)와 딸(5)이 현장에 함께 이야기하던 도중이었다. 이 사고로 박씨가 현장에서 숨지고 1호선 노포방향 열차 운행이 20여분 간 지연됐다.
박씨 아내는 경찰에서 “지하철을 함께 타고 가던 남편이 ‘긴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해 승강장에서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선로로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사업실패 등으로 빚을 져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던 박씨가 지인들에게 도움을 구하러 다니다 여의치 않자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지난 23일 밤에는 경기 시흥경찰서 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승용차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나 차에 타고 있던 하모(53)씨가 그 자리에서 숨졌다. 하씨는 지난해 11월 수천만원의 사기피해를 당한 뒤 고민하다 이날 가족들에게 “목숨을 끊겠다”고 전화를 한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같은 날 밤 서울 용산의 한 모텔에서는 김모(39·여)씨가 초등학생 아들과 함께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19일 밤 부부싸움을 하면서 남편(41)이 “아들이 학원수업을 빼먹는 것까지 내가 일일이 챙겨야 되느냐”고 심하게 야단을 치자 가출해 20일부터 모텔에 투숙하고 있었다.
‘부산 생명의 전화’ 오흥숙 원장은 “통계청 조사 결과 1년 중 5월의 자살률이 평균 20.7%로 가장 높았다”며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함께 풀어가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부산교대 사회과 황홍섭 교수는 “최근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가족 몰래 고통받는 가장들이 늘고 있다”면서 “사회적 연대감을 높여 ‘가정해체’를 막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윤봉학 기자 bhy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