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속 세상] 흥정문화에 빠진 외국인들 ‘원더풀∼’
입력 2012-05-27 21:49
남대문시장에 가면 연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로 물결을 이룬다. 2000년 관광특구로 지정된 이래 연간 360만명의 외국인이 다녀갔다. 상인들도 영어, 일어, 중국어 등 3개국어는 해야 장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쇼핑관광명소다. 한 푼이라도 더 깎아 싸게 사려는 외국인 쇼핑객과 상인간의 흥정은 주변사람들에게 좋은 구경거리다. 우리네 흥정문화에 외국인도 익숙한 모습이다. 대만관광객 양청(29)씨는 “신기한 물건과 친근한 사람들과의 만남은 여행 속에서 느끼는 삶의 활력소”라며 입가에 미소를 띤다. 만국기로 옷을 갈아입은 시장 분위기에 인증 샷을 찍는 작업도 잊지 않는다. 영어학원 교사 신디(35)씨는 미국에서 온 친척들에게 남대문시장을 안내하느라 정신이 없다. “먹거리 볼거리 쇼핑거리에 이 골목 저 골목을 누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며 한국을 알려 줄 수 있는 좋은 경험이라고 남대문시장 예찬론을 편다. 관광객들은 짧은 시간동안 좋은 물건을 얻기 위해서 한 손에 보물지도(?)를 들고 싸고 좋은 물건을 찾아 구석구석 발품을 판다. 빨간 조끼를 입고 시장 곳곳에 배치된 ‘관광통역안내원’이 이들에게 거리, 상품, 음식정보 등 궁금한 것을 알려준다. “마케테 쿠다사이”(깎아주세요) 일본관광객 다케이(40)씨는 “상인이 높은 가격을 부르면 저는 낮은 가격을 불러서 주거니 받거니 가격흥정을 하는 것이 재밌다”며 양손에 의류와 인삼 쇼핑백 한 다발을 들고 시장을 나선다. 조선 태종 14년(1414) 새 도읍지인 서울의 숭례문 근처에 가게를 지어 상인들에게 빌려준 것을 시초로 600년의 역사를 간직한 남대문시장은 1만여 개의 점포에 온갖 물품이 진열되어 있는데다 값싸고 질도 좋아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북적이는 사람들로 시장은 항상 활기차고 생동감이 넘쳐난다. 없는 것도 없고 안 되는 것도 없는 남대문시장. 정직과 친절의 상거래 문화를 정착시켜 역사와 전통의 맥을 잇는 세계적인 으뜸 관광명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글·사진=이동희기자 leed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