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김이석] 진정한 일자리 창출
입력 2012-05-27 17:33
취업이 어려운 시절 자녀의 취직소식은 부모를 춤추게 할 것이다. 그런데 자녀의 취직으로 자신이 받는 복지혜택이 단절되는 문제에 봉착하자 아들의 취업을 만류하는 슬픈 사례가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우리는 어렵지 않게 이 가정에 자칫 수혜의 대물림이 발생할 수 있음을 느낀다.
우리나라 정치권이 대선을 앞두고 복지지출보다는 일자리 창출을 더 강조하고 있다고 한다. 다행이다. 아마도 우리 국민들이 복지지출을 더 늘려주겠다는 데 그리 열광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오른쪽 주머니에 들어온 복지선물은 결국 자신들의 왼쪽 호주머니에서 꺼내간 세금으로 충당될 수밖에 없고, 경우에 따라서는 아들의 취업을 말려야 계속 얻을 수 있는 것임을 부지불식간에 알고 있는 것 같다.
나라곳간을 열어서 공공부문의 일자리를 만들면, 정치권의 일자리 창출 약속은 아마도 가장 지키기 쉬울지 모른다. 공무원 수를 늘리기는 어렵지 않다. 정부부서를 하나 더 만들면 분명 그 부서의 인원수만큼 사람들을 고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공공부문 이외의 일자리를 오히려 줄인다. 정부는 생산을 하는 주체가 아니다. 민간이 생산한 것을 세금으로 가져와서 봉급을 지급하는 공무원의 수가 늘어나면 거기에 끼지 못한 사람들은 종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내야 한다. 더 많은 세금은 민간의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고용도 줄인다. 따라서 손쉽게 할 수 있는 공무원 수 늘리기는 진정한 의미에서 일자리 창출이 아니다. 오히려 일자리 파괴일 수 있다.
그래서 일자리 창출의 약속은 단순히 단기적인 일자리 수의 증가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약속이 되어야 한다. 일자리 창출 약속이 국민들의 삶에 진정한 보탬이 되기 위해서는 그 일자리가 정부공공부문이 아니라 민간부문이어야 한다. 물론 현재까지 정부가 제공하지 않고 있는 공공서비스 중에 민간에서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이 있다면 공공부문의 일자리도 민간에 보탬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서비스는 찾기 어렵다. 오히려 민간이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정부가 독점하던 사례가 더 많다. 예를 들면 우편서비스가 이에 해당한다. 정부는 공공부문에 일자리를 늘리고서 고용이 늘어났다고 자화자찬하기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
민간부문에 일자리를 창출하겠답시고 돈을 마구 풀어 경기를 자극하는 것도 공무원 수 늘리기 못지않게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이는 공무원 늘리기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으로 국민들에게 보탬이 되기는커녕 고통을 안겨줄 수 있다. 단기적으로야 경제가 잘 굴러가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돈이 풀려 만들어진 경기의 거품이 꺼질 때가 되면 국민들은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실업의 불안과 경기침체의 고통을 겪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이 국민들에게 진정한 보탬이 되려면, 그 일자리가 소비자들의 필요를 충족시키면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런 일자리는 소비자들의 필요를 남보다 먼저 알아차리거나 기존의 필요라 하더라도 이를 더 저렴하게 만족시킬 방법을 찾는 기민한 기업가정신이 발휘될 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훌륭한 정치가는 빵이라는 좋은 일자리를 달라는 국민들에게 뱀이라는 나쁜 일자리를 주지 않는다. 그는 나라곳간을 열거나 돈을 풀어 일자리를 급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독점하던 서비스분야까지 기업가정신이 발휘되게 환경을 만들어간다. 이는 기업가들을 편애해서가 아니라 좋은 일자리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을 연민해서이다.
김이석 시장경제제도硏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