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혜련] 고맙다, 친구야!
입력 2012-05-27 18:13
‘잘 뭉치지 않는다’고 소문난 명문 K고교 50∼60대 동창들. 요즘 친교 모임이 활발하다. 심심파적 점심 모임에도 동기생 수십명이 참석해 그들 자신들도 놀랄 정도란다. 이런 변화, ‘인생 100세 시대’ 준비 모임이라는 게 자체 분석이다. 아는 사람은 부지기수지만 정작 편하게 마음을 나눌 친구가 어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지나. 등산, 골프모임은 기본이고 당구, 바둑, 맛집순례모임 등이 즐비하다. 다른 학교 동창들은 더하다.
그런 추세 때문일까. 요즘 ‘우(友)테크’라는 신조어가 활개를 치고 그 방법도 넘쳐난다. 말기 암 환자들을 돌봐온 한 간호사는 “환자들이 죽기 전 가장 후회하는 것 중 하나가 삶에 쫓겨 황금 같은 우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라 전한다. 또 음주, 흡연, 경제력, 지위보다 친구의 많고 적음이 사람 수명에 더 영향을 주고 말년 고독을 피하는 데 필수라는 것이다. 돈, 시간, 건강 3박자가 맞아도 희로애락을 함께할 사람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얘기다.
“자식이 하나면 골방에서, 둘이면 아이들 집을 오가다 길에서, 셋이면 자식들이 돈 모아 보내준 양로원에서 죽는다”는 말을 나누면서 늘그막에 자식보다 친구가 더 중요하다 입을 모은다.
소개된 ‘우테크’ 요령. 베풀며 살기, 칭찬하기, 구구하게 변명 말고 작은 일에 사생결단하듯 일일이 따지지 말 것, 남의 말 옮기지 않기, 웬만하면 만족하다 여길 것 등이 포함돼 있다.
새삼 진정한 친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흔히들 친구란 서로의 처지가 달라져도 여전하게 대하는 사람, 기쁨 슬픔을 먼저 알려 함께 나누고 싶은 사람, 작은 것도 나눠 갖고 싶은 사람, 그의 충고를 사랑과 고마움으로 받아들여지게 하는 사람일 것 같다. 그러고 보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요는 내가 먼저 이런 사람이 돼야 한다는 것 아닌가.
“친구를 사귀는 방법은 내 스스로 먼저 그 사람의 친구가 되는 것”이라는 격언도 있다. 현재 가진 친구의 곤고함을 남의 일인 양 여기면서 새로 사귄다 한들 그 역시 오래 머물지 않으리라. “친구는 지키는 일이 사귀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있다. 진정한 친구를 가지려면 꾸준히 시간과 노력, 애정과 정성을 쏟아야 한다는 다짐과 충고이리라. 오랜 친구들에게 감사하며 진정으로 최선을 다해 먼저 베풀고 있는지 우선 돌이켜 볼 일이다. “오랜 친구를 새 친구로 바꾸는 것은 열매를 꽃과 바꾸는 것이다” “많은 벗을 가진 사람은 한 사람의 벗도 얻지 못한다” 등의 격언은 한 사람의 영혼을 얻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말해준다.
내색하지 않는 그의 아픔도, 실망스런 그의 허물도 내 것인 양 느껴지고 떠올리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런 친구, 부끄럽지 않은 친구이기 위해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도 내 몸가짐을 바르게 만드는 그런 친구, 우리는 가졌는가. 부족한 내게 선물처럼 주어진 소중한 인연들, 내게 보여준 측은지심에 새삼 고개 숙인다. “고맙다, 오랜 친구들아.”
고혜련 제이커뮤니케이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