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군단 ‘병영 야학’ 충의고등학교 감격의 1기 졸업식, 33명 전원 검정고시 합격… 꿈을 향해 나가다

입력 2012-05-25 17:47


“지금까지 제 힘으로 이루어본 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주경야독으로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뤘습니다.”

육군 수도군단 방공대대 소속 박민국(25) 일병은 24일 경기도 안양 수도군단 사령부에서 열린 ‘충의고등학교’ 1기 졸업식에서 감격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군에 입대하기 전만 해도 어려운 가정형편에 중학교만 겨우 졸업한 뒤 공부를 더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던 자신의 처지가 주마등처럼 떠올랐기 때문이다. 방황의 시간을 보냈던 그는 입대 후 이 학교에서 고졸 검정고시 합격증을 따냈고 마침내 대학 진학의 꿈을 이뤘다.

충의고등학교는 수도군단이 지난해 11월 21일 문을 연 ‘병영 야학’이다. 1기생 35명은 지난 4월 15일 실시된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전원합격’이라는 쾌거를 이뤘다. 33명은 현역 병사들이고 2명은 인근 지역 주민이었다.

전원 고졸 검정고시 합격의 기쁨 뒤에는 군단장인 권태오 중장의 남다른 배려가 있었다. 권 중장은 3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한 우등생이었지만 청소년 시절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취직해 일하면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다. 누구보다도 학업을 제대로 마치지 못한 이들의 아픔을 잘 알고 있었던 그는 수도군단에 부임하자마자 병영야학을 시작했다.

면학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영외에 학교시설을 마련했고 교사는 자원봉사자들로 구성했다. 교사경험이 있는 군수처 송지원(27) 환경담당관과 작전처 항공장교의 부인 권도희(40)씨, 부사관들이 교사로 나섰다. 이들은 진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병사들에게 밤늦게까지 개별지도를 해줬고, 힘들어할 때마다 “어려운 환경에 굴하지 말라. 군단장님이 바로 그 귀감”이라고 격려했다.

이날 권 중장은 함께 검정고시 공부를 했던 삼성중공업 김장택 부장, 군 전역 후 중·고등학교를 검정고시로 마치고 신학대학을 나온 홍성국 안양 평촌감리교회 목사 등 검정고시 출신 선배들을 초청해 졸업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축사에서 “검정고시 합격은 자신의 꿈을 향한 출발일 뿐이다”면서 “여러분 모두 더 큰 꿈을 향해 전진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