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담당 임명해놓고도 여전히 뜸들이기… 안철수 행보에 여야 모두 “속터져”

입력 2012-05-25 19:10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정치행보는 늘 안갯속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혜성같이 등장해 유력 대선주자로 부각됐음에도 그의 정치적 비전과 철학을 정확히 아는 국민은 많지 않다. 대선에 뜻이 있다면 하루빨리 링에 올라 제대로 검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유다.

안 원장은 개인 언론담당자로 유민영 한림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를 선임했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서 춘추관장을 지낸 홍보 전문가를 ‘대변인’ 자리에 앉힌 것은 대선에 뜻이 있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유 대변인은 25일 언론과의 접촉에서 오는 30일로 예정된 부산대 강연에 대해 “어떤 말을 할지는 본인만 알고 계신다”며 “아직은 학교 일에 충실할 것이란 입장에 변화가 없고 강연도 지금까지 해 오던 일환”이라고 밝혔다.

안 원장의 이런 행보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선 ‘전략적 모호성’ 전략을 중단하고 자신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새누리당 김용환 상임고문은 최근 언론과의 접촉에서 안 원장에 대해 “폴리페서(정치하는 교수)는 싫다. 그는 지도자 자격이 없다”면서 “정치에 뜻이 있다면 성업(聖業)의 끈을 끊고 나와서 ‘내가 집권하면 이렇게 하겠다’고 밝혀야 한다. 그런데 안개만 피우고 다닌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의 핵심 당직자는 “안 원장이 한때 김대중 대통령 오른팔 역할을 했던 박영숙 전 의원을 ‘안철수 재단’ 이사장에 앉히고 노무현 대통령 비서 출신을 언론담당자로 영입한 것은 호남과 친노세력에 업혀가겠다는 전략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이 당직자는 “안 원장이 어떤 전략을 세우는지는 자유”라며 “다만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국가관과 안보관, 대외전략, 복지정책 등에 대해 국민적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통합당에서도 안 원장의 물밑 행보에 의구심을 갖고 있다. 모 대선주자 핵심 관계자는 “안 원장이 전체 야권이 태워주는 꽃가마를 타고 본선에 나가겠다는 생각인 모양인데 큰 착각”이라며 “그가 제대로 검증을 받으면 지지율이 급락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정치 평론가는 “안 원장이 당 밖에서 야권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유지하다 한방에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을 쓰러뜨려 흡수통일하려는 생각인 것 같다”며 “그러나 이제 피로감을 갖는 국민이 크게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기철 기자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