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 부른 빗나간 우정… 중3, 만나주지 않는다고 친구 살해후 투신

입력 2012-05-25 19:11

부산에서 남자 중학생이 자신을 따돌린다는 이유로 같은 학교 친구를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

25일 부산 사상경찰서에 따르면 부산 D중학교 3학년 A군(15)이 24일 밤 11시40분쯤 괘법동 한 고층아파트 현관입구에서 머리 등에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것을 이 아파트 주민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은 숨지기 10여분 전 이 아파트 인근 빌라 출입구에서 친구 B군(15)을 목 졸라 숨지게 한 뒤 이 아파트 25층으로 올라가 40여m 아래로 뛰어내렸다. A군은 학원수업을 마치고 귀가하는 B군을 계획적으로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A군은 오후 8시쯤 인근 마트에서 노끈 등을 샀으며 범행 직전에는 ‘칼과 노끈을 샀다’는 문자와 사진을 휴대전화로 다른 친구들에게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A군은 B군을 숨지게 한 뒤 B군 위에 엎드린 채 있다가 빌라를 나오던 염모(35)씨에게 발견됐다. 염씨는 A군에게 B군의 상태를 물은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순간 A군은 자신의 지갑을 버려둔 채 인근 아파트로 도망쳤다는 것이다.

경찰은 A군이 평소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 B군에게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A군은 2010년 수준별 학급 수업을 같이 들으며 B군과 친해졌고, B군에게 큰 호감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A군은 2학년이 되면서 각각 다른 반으로 배정되자 담임교사에게 “B군과 같은 반이 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두 학생은 반에서 성적이 상위권에 있는 모범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1학년 때 반장까지 한 A군은 3학년이 된 뒤 학교 친구들에게 ‘죽고 싶다’는 말을 가끔 한 것으로 알려졌다.

B군 부모와 담임교사는 “B군이 평소 ‘끊임없이 나를 따라다니는 A군이 부담스럽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었다”고 밝혔다.

부산=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