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 심사·특혜 의혹 밝힐 ‘판도라 상자’ 열린다… 종편 심사자료 공개 판결 의미

입력 2012-05-25 19:10

법원이 25일 종합편성 및 보도채널 선정과 관련해 정보공개 판결을 내림에 따라 불공정·부실 심사와 특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지 주목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항소 방침을 밝히면서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법원이 공개를 명령한 정보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방송위가 사업자 승인을 의결한 최종 회의록과 심사결과보고서는 물론이고 사업승인과 관련한 심사위원회 회의록과 심사자료 일체, 심사위 운영·구성 등에 사용한 예산 집행내역이다. 이는 회의록에서 ‘특정발언이 특정위원의 것임을 알 수 있는 것’이 아닌 한 심사 착수에서부터 발표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료가 공개하라는 취지이다.

특히 심사위 세부평가 점수표와 세부항목별 점수를 매기는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발언 내용이 공개되면 불공정 심사와 특혜 여부를 가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통위는 1000점 만점에 객관적 평가가 가능한 계량적 항목 배점은 240점으로 한 반면 주관적 평가가 반영되는 비계량적 항목의 배점은 760점을 부여했다. 종편사업자로 선정된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총 18개 평가 항목 중 대부분이 비계량적 항목인 11개 항목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이 때문에 불공정 심사라는 논란이 증폭됐다. 이러한 비계량적 항목의 배점 과정에서 심사위원들의 발언 내용이 의혹을 푸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둘째는 종편과 보도 채널 사업자로 선정된 언론사들의 특수관계인 또는 개인의 참여 현황, 중복 참여한 주주 현황, 주요 주주의 출자 등에 관한 이사회 결의서 등에 관한 자료이다. 법원은 “신청사업자의 경영·영업상의 비밀이라고 보기 어렵고 주주 현황은 성명을 공개하라”고 밝혔다.

사업자들이 제출한 이 자료들이 공개되면 해당 언론사들의 투자 유치 경쟁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기업과 단체들의 중복 참여의 전모가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서민들의 예금을 마음대로 주무르면서 온갖 불법·탈법을 자행한 상당수 저축은행들도 언론사에 대한 ‘보험’ 차원에서 중복 투자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채널 사업자는 물론이고 기업과 단체들이 출자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 등의 절차를 제대로 거쳤는지, 특수관계인 지분을 숨기기 위해 우회 투자를 했는지도 밝혀질 가능성이 커졌다. 민주당 장병완 의원은 지난해 3월 청문회에서 종편 ‘채널A’의 2·3대 주주인 다함이텍과 도화종합기술공사가 2010년 12월 말 종편 채널 선정이 끝난 지 2개월 뒤에서야 이사회 결의를 했다고 폭로해 논란이 일었다. 또 보도채널 ‘뉴스Y’에 4대 주주로 출연한 을지병원의 경우 의료법 위반 논란이 제기됐다. 이러한 의혹들에 대한 심사위원들의 발언 내용이 공개되면 부실심사 여부가 드러날 것으로 기대된다.

정재호 기자 j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