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행정부, 기밀정보 유출 ‘이중잣대’

입력 2012-05-25 19:01

미국 백악관과 국방부가 1급 기밀인 오사마 빈 라덴 사살작전 정보를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버락 오바마 정부가 기밀정보 유출에 ‘이중잣대’를 적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고 뉴욕데일리뉴스 등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빈 라덴 사살 2개월 후인 지난해 7월 15일, 마이클 비커스 국방부 정보담당차관은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캐서린 비글로우 감독 등에게 작전에 관여한 네이비실 부대 관계자의 인터뷰를 허용했다. 이들은 중앙정보국(CIA)도 방문해 마이크 모렐 부국장을 만났고, 본부 내에 설치된 빈 라덴 은신처 모형까지 봤다.

이 같은 사실은 시민단체 ‘사법감시(Judicial Watch)’가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확보한 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비글로우 감독은 빈 라덴 사살 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제로 다크 서티(Zero Dark Thirty)’를 준비 중이다.

1급 기밀을 흘린 것은 빈 라덴 사살작전을 다룬 영화를 오바마 행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제작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빈 라덴 사살 작전은 재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이 최대 외교적 치적으로 꼽고 있는 사안이다.

공화당의 피터 킹 하원 국토안보위원장은 이날 “기밀정보에 접근할 권한이 부여되지 않은 영화제작자들에게 어떻게 기밀을 제공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과거 어느 정부보다 국가기밀 사항의 유출을 엄단하고 있고, 공익적 목적으로 기밀정보를 알린 ‘내부자’까지도 색출해 처벌하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오바마 행정부는 출범 이후 한국계 북한핵 전문가인 전 국무부 분석관 스티븐 김을 비롯, 국가안보국(NSA) 고위 간부출신 토머스 드레이크, 전 CIA 간부 제프리 스털링 등 5건의 대(對)언론 기밀유출건을 간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등 강경처벌 의지를 보여 왔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영화제작자에 대한 정보제공 협력은 정보유출을 단속한다는 행정부의 방침과는 모순 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