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징용자 배상 판결 이후] 일본군 위안부·강제징병 피해자들도 집단 배상 요구 움직임 본격화
입력 2012-05-25 19:05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계기로 강제동원 피해자 단체들의 집단 배상 요구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피해자 유족회들은 그동안 승소 가능성이 희박했던 강제동원 피해 배상을 위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번 판결의 직접적인 당사자였던 강제노역 피해자 외에 일본군 위안부와 강제징병 피해자들도 피해를 배상받기 위한 절차에 착수했다. 정부는 정확한 피해자 산출을 위한 분석 작업과 피해자를 위한 재단 설립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임원희 사무총장은 25일 “적극적인 소송으로 일제 전범 기업들과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수혜를 본 국내 기업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유족회는 일제 전범 기업별로 피해자를 세분화한 후 그룹을 지어 소송을 진행할 방침이다.
강제노역 피해자들은 위안부 피해자나 강제징병 피해자와 연대해 소송을 제기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유족회는 다음달에 ‘일본군대 위안부 유족회’를 발족하고 피해배상 청구소송에 공동 대처키로 했다.
유족회는 “대법원이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피해자 개인의 청구권이 소멸된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판단했으므로 위안부 피해자도 한·일 협정의 국내 수혜기업을 상대로 배상이나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유족회는 대법원 판결 내용을 모르는 피해자를 위해 전국을 돌며 설명회를 갖고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일제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 이재철 공보관은 “그동안 피해신청을 하지 않았던 숨어있던 피해자들의 신청이 늘어날 것”이라며 “정확한 피해자 규모 산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위원회 측에 따르면 피해신청은 22만여건인데, 일본에서 받은 명부에 기재된 피해자 수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위원회는 일본 측으로부터 피해자 명부를 추가로 받아내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계속하기로 했다.
이 공보관은 피해자를 위한 재단설립과 관련,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가 지난 1일부터 재단설립에 필요한 최소자금인 125억원을 내년 예산에 반영하는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예산이 확보돼야 재단설립과 부산에 건립 중인 강제동원피해자 기념관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이미 100억원을 재단설립에 기부키로 결정하는 등 기업들도 피해자 지원 대열에 참여하고 있다.
정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