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국군전사자 첫 유해 봉환] 故이갑수·김용수 유족 “형님은 집 지키세요, 전 나라를 지키겠습니다”
입력 2012-05-25 19:14
“통일되면 그때서나 찾아볼까 하고 있었는데….” “기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습니다.”
62년 만에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 유해를 맞이한 이갑수 일병의 아들 이영찬(65)씨와 김용수 일병의 장조카 김해승씨(54)는 25일 눈앞에 펼쳐진 기적 같은 일에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4세 때 아버지와 헤어졌다는 이씨는 “아버지라고 불러본 기억도 없으니 아버지 이름도 모른다. 아버지가 남한 땅이 아니라 북한에서 전사하신 것으로 알고 전혀 기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연락받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전사통지서에는 ○○지구에서 ○○일 전사라고 기록되어 현충일 때도 제사보다는 그냥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도로 보냈다”면서 “아버지를 진짜 모시는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버지가 자랑스럽기도 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어 “빨리 통일이 돼서 다른 분들의 유해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면서 “아버지의 일부 유해도 북한에 있다는데 그걸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일병의 딸 이숙자(68)씨는 “실감이 안 난다. 어안이 벙벙하다”며 “키가 컸던 아버님은 비가 오면 출근길에 나를 업고 진흙탕 길을 걸으며 학교에 등교시켰던 기억이 난다. 나를 굉장히 예뻐해 주시고 귀여워해 주셨다”고 어릴 적 기억을 회상했다.
김 일병의 장조카인 김씨는 “기적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면서 “2년 전에 우리 아버님의 DNA(유전자)를 채취해갔는데 작년에 아버님이 돌아가셨다. 그래서 포기했는데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아버지와 작은아버지(김 일병)가 함께 입대를 했는데 아버지가 후방으로 같이 가자고 하자 작은아버지가 ‘형님은 내려가 집을 지켜라. 나는 국가를 지키겠다’고 했더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는 “아버지가 살아생전에 동생 얘기를 많이 하셨다. 돌아가실 때도 동생 생각을 하면서 많이 우셨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용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