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국군전사자 첫 유해 봉환] 발굴서 송환까지… 첨단과학이 빚은 드라마

입력 2012-05-25 19:14

美, 장진호 전투지역서 발굴→본국서 감식→12구 한국군 판단→DNA 대조로 확인

북한지역에 묻혀 있던 국군 전사자 유해 12구의 귀환은 첨단과학이 빚어낸 한 편의 드라마나 다름없다. 1999년부터 평안북도 운산 등에서 유해발굴 작업을 해온 미국 합동전쟁포로 및 실종자 확인 사령부(JPAC)는 2000년 발굴지역을 함경남도 장진호 주변으로 넓혔다. 장진호는 50년 12월 한미연합군과 중공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치러졌던 곳으로 미 7사단 3개 대대가 중공군의 매복에 걸려 2500여명이 전사하고 5000여명이 부상했다.

JPAC소속 요원들은 2005년 북·미관계 악화로 발굴이 중단되기 전까지 이곳에서 미군유해로 보이는 226구를 발굴했다. JPAC는 발굴 유해를 하와이 본부로 옮겨 미토콘드리아와 핵 DNA(유전자) 방법 등으로 감식작업을 벌였다. 이 가운데는 아시아인종으로 보이는 12구도 발견됐다. JPAC는 한국군 유해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8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즉각 JPAC 전문가들과 공조작업에 나섰다. 이들은 서울과 하와이를 두 차례 오가며 종합분석 작업을 벌었다. 양국 감식단은 유해의 치아 상태나 치아 보철, 인식표 등을 고려할 때 모두 한국군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이어 감식단은 12구 유해에서 채취한 유전자를 전국에서 확보된 전사자 유가족 DNA 표본 1만9000여개와 12단계에 걸친 대조작업 끝에 김용수, 이갑수 일병의 신원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김 일병은 작년에 숨진 형과 조카의 유전자가 일치했다. 이 일병은 유해와 인식표가 함께 나와 신원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공군 C-130 특별수송기를 몰고 하와이로 출발한 유해인수단은 24일 괌을 거쳐 20시간 비행 끝에 유해 12구를 고국의 품으로 안고 왔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