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감독주간 ‘돼지의 왕’ 연상호 감독 “관람객들이 주인공들에게 공감하니 기분 좋다”
입력 2012-05-25 18:41
제65회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 진출한 연상호(36)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 공식 상영이 24일(현지시간) 칸 메리어트 크로아제트 극장에서 열렸다. 감독주간은 1969년 프랑스 감독조합에 의해 설립된 칸 영화제의 비경쟁 프로그램이다. 이광모 감독의 ‘아름다운 시절’(1998),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2000), 임상수 감독의 ‘그때 그사람들’(2005), 류승완 감독의 ‘주먹이 운다’(2005),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 홍상수 감독의 ‘잘 알지도 못하면서’(2009) 등이 초청된 바 있다.
정유미 감독의 단편 애니메이션 ‘먼지아이’가 2009년 감독주간에 초청된 적이 있지만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이 칸의 초청을 받기는 ‘돼지의 왕’이 처음이다. 주인공 세 명이 중학교 때 경험한 권력과 폭력을 통해 한국 사회의 부조리를 충격적으로 드러내는 이 영화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감독상, 무비꼴라쥬상, 넷팩상 등 3관왕을 차지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후 영국 에든버러 영화제, 미국 뉴욕 아시아필름 페스티벌, 호주 시드니 영화제, 프랑스 파리 시네마 영화제, 캐나다 몬트리올 판타지아 장르영화제 등 각종 국제영화제에 잇따라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 여세를 몰아 칸에서 신인감독상 격인 황금카메라상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됐다.
영화가 상영된 300석 규모의 극장은 빈 곳이 없을 정도로 관객들로 꽉 찼으며, 상영이 끝나자마자 박수가 길게 쏟아졌다. 시사회 직후 만난 연 감독은 “관람객들의 반응이 뜨거웠다”며 “학교라는 특정 공간에서 서로 대립하고 갈등하는 주인공들에게 공감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만족해했다.
황금카메라상 수상 가능성에 대해 그는 “지난해 부산영화제 직후 칸 영화제 감독주간 프로그래머인 벤자민 일로스가 연락을 해왔고 이례적으로 곧장 칸 행이 결정됐다”며 “다른 (베니스 또는 베를린) 영화제에 빼앗기기 싫었던 모양인데 상을 주지 않으면 글쎄?”라고 에둘러 말했다. 칸 현지 언론이나 평론가들은 ‘돼지의 왕’이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라고 평가했다.
국제영화제의 잇단 초청에 그는 “좋은 기회이지만 계속 영화제 기분에만 취해서 살 수는 없다”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몰이 예정된 마을에 들어온 사이비 교회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이야기를 다룰 예정입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믿음의 근간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요.”
칸(프랑스)=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