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어디로 가나] 강기갑 “우리는 멸족 위기”… 이석기·김재연 징계위 제소
입력 2012-05-25 21:33
혁신 비대위, 비례 당선·후보자 출당 절차 착수
통합진보당 혁신 비상대책위원회가 25일 이석기, 김재연, 조윤숙, 황선 등 비례대표 당선자 및 후보자에 대한 출당(제명) 절차에 착수했다. 4명은 혁신 비대위가 통보한 사퇴시한(25일 정오)까지 사퇴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구당권파는 출당 조치에 법적 소송을 하기로 했다.
◇신당권파, ‘멸족 위기다’=사퇴 시한이 지난 오후 2시 강기갑 혁신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회의에 앞서 “(4명이) 답변하지 않을 때 어떤 선택을 할지에 대해 오래 논의했고, 최후 선택은 한 가지임을 모든 비대위원들이 동의했다”고 출당에 이견이 없었음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지금 멸족 위기에 놓여 있다. 성찰과 혁신을 주저하고 포기한다면 당이 소멸할 수도 있다”면서 “당이 국민 위에 설 수 없다는 게 대원칙”이라고 강조했다.
혁신 비대위는 4명을 출당시키기 위해 징계위 제소를 결정했다. 징계위는 본인들의 석명 등을 들은 뒤 재심으로 최종 결정을 하게 된다. 최종 결정은 이르면 다음 주말 또는 6월 초에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정미 혁신 비대위 대변인은 “당기위 제소는 당이 결의한 당론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로 당적을 옮긴 이·김 당선자에 대해 “서울시 당기위에서 처리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혁신 비대위는 비례대표 1번인 윤금순 당선자의 사퇴서를 처리할 경우 사퇴를 거부하고 있는 조윤숙 후보에게 의원직이 승계될 수 있어, 제명절차가 마무리될 때까지 윤 후보 사퇴를 보류하기로 했다.
출당이 최종 결정되면 신·구당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출당을 위한 각종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구당권파가 물리력을 행사할 수도 있어 또다시 폭력사태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미희 당선자 등 구당권파 핵심 인사들은 회의 전 강 혁신 비대위원장을 만나 “(출당 조치로) 숙청하려는 것이냐”며 철회를 요구했다.
◇구당권파, ‘소송하겠다’=구당권파는 징계 절차 자체를 무효화시키기 위해 법원에 소송을 내는 등 강경 대응키로 했다. 직접 당사자인 이석기 당선자는 논평을 내고 “개인적으로 내 정치적 생명을 끊어버리는 것이며 당을 극단적 분열 상황으로 몰고 가는 최악의 선택”이라고 반발했다. 그는 “검찰의 전면 탄압이 개시돼 당의 존망이 달린 위기 앞에서 혁신 비대위가 여전히 정치적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재연 당선자도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청년 정치가 좌절되지 않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밝혔으며, 장애인 후보인 조윤숙 후보는 “당기위 제소는 지난 10년 동안 장애인과 소수자를 위해 활동해온 저에 대한 부정이자 장애인 당원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이상규 당선자는 라디오에 출연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면서 “혁신 비대위가 잘못된 결정을 하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당사자들이 여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수 진영에서 이번 사태를 색깔론으로 몰아가자 신당권파가 서둘러 꼬리 자르기 식 대응을 한다는 것이다. 이 당선자는 “사퇴 거부가 아니라 납득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행한다면 출당 결정 무효소송, 강 혁신 비대위원장에 대한 추가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구당권파 핵심 관계자는 언론과의 접촉에서 “죄 없는 비례대표 후보들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모는 게 무슨 쇄신이냐”고 항의했다. 구당권파 당원들은 서울 대방동 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선 부정에 대한 재조사가 진행될 예정임에도 출당 압박을 강행하는 것은 너무 부당하며 패권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김명호기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