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종교차별 실태조사’ 친불교단체 선정
입력 2012-05-25 21:14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가 종교차별 인권침해 실태조사를 위한 연구기관으로 종교자유정책연구원(종자연·공동대표 박광서 등 4명)을 선정한 것에 대해 기독교계와 시민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불교계 인사가 주축이 돼 설립된 종자연이 종교차별 인권침해조사를 진행하면 기독교 등 다른 종교에 불리한 쪽으로 ‘편향된 조사’가 이뤄져 공공성과 객관성을 잃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종자연과 지난 16일 ‘종교에 의한 차별 실태와 개선방안 연구’ 용역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종자연은 오는 9월까지 학교와 교회, 사찰, 관공서 등 모든 기관에서 발생하고 있는 종교차별 인권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다. 또 종교차별에 대한 정의와 개념 확립, 실태조사와 문헌 연구, 통계 자료 수집, 차별금지법 제정 노력 등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기독교계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격’이며 종교 편향을 방지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새로운 종교편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우려와 분노를 감추지 않고 있다.
한국교회언론회(대표 김승동 목사)는 25일 논평을 내고 “기독교계는 정부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무슨 의도로, 어떤 경위와 기준으로 종자연과 연구 용역 관계를 맺었는가에 대한 내용을 밝힐 것을 요구한다”면서 “이번 인권위와 종자연의 관계를 심히 우려하며 이후 종교간 갈등이 발생한다면 그 책임은 인권위에 있음을 밝혀둔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교회언론회는 “종자연은 불교계와 깊은 관련이 있는 단체”라며 “지금이라도 이런 용역 보고는 당장 취소돼야 하며 좀 더 객관적이고 불편부당한 연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회언론회는 또 인권위에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한국기독교 공공정책협의회(대표회장 이용규 정성진 목사, 전용태 변호사)도 최근 인권위에 이와 관련된 공문을 보내 “인권침해 실태 조사를 종자연에 의뢰한데 대해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종자연의 공동대표나 이사, 전문위원 대다수는 참여불교재가연대의 공동대표이거나 친불교 인사들로 구성돼 있어 누가 봐도 공정성에 상당한 의문을 제기하지 아니할 수 없다”면서 “종자연은 그동안 국가의 대불교 편향정책은 일절 거론도 하지 않고 기독교의 활동에 대해서만 종교편향 논란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친불교단체”라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특정종교에 치우치지 않고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는 객관적인 기관에 의뢰하거나, 정부기관과 종교계가 공동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종교차별 인권실태를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 관계자는 “종자연이 불교단체는 아니라고 알고 있다”며 “지난 달 입찰공고를 거쳐 관련 규정에 따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앞으로 공정하고 객관적인 종교차별 용역을 위해 엄격한 관리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