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충성
입력 2012-05-25 18:07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 시내에 중세풍의 건축양식을 지닌 아주 오래된 교회가 있다. 바로 그레이프리어스교회다. 종교개혁 이전부터 있었던 이 교회는 개혁기간 동안 개혁운동의 중심지가 되어 오늘의 스코틀랜드교회의 초석이 됐다.
교회의 정원은 신앙을 지키다 순교의 제물이 된 순교자들의 무덤으로 가득하다. 뒤뜰에는 당시의 감옥도 보존돼 있다. 수감자들은 지붕도 없어서 눈비와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야 했다. 이 감옥의 특색은 수감된 사람이 언제든 나가고 싶으면 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누구도 말리지 않았다. 얼마든지 자유롭게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감옥에서 나가는 그 순간 그는 개혁신앙의 포기자로 간주되었다. 때문에 당시의 개혁 신앙인들은 스스로 맹세한 것처럼 형장의 이슬이 되어 생명을 주님께 바칠 뿐 살기 위해 감옥 문을 나서지 않았다.
충성이란 그런 것이다. 얼마든지 선택의 여지가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스스로 버리고 오직 주님께 드려진 삶을 살다가 생명을 바칠 뿐이다. 이런 충성의 터전 위에 오늘의 우리가 서 있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유산도 바로 이 믿음이다. 이런 충성이 그립고 그립다.
손달익 목사(서울 서문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