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죽어서 별이 되다
입력 2012-05-25 17:49
혹시 진 로든베리라는 사람을 아시는지? 전 세계적으로 ‘트레키’라 불리는 광팬들을 거느린 미국의 유명한 TV시리즈 ‘스타 트렉’의 오리지널 기획·제작자다. 또 다른 고전 TV시리즈 ‘트와일라잇 존’을 창안한 로드 설링과 함께 미국 TV계의 전설적인 인물.
하지만 그래도 우리에겐 낯선 로든베리 이야기를 꺼낸 것은 그가 우주장(宇宙葬)의 선구자였기 때문이다. 매장, 화장 같은 흔한 장례 말고 풍장(風葬)이나 조장(鳥葬), 심지어 유골에서 추출한 탄소를 다이아몬드로 만들어 펜던트로 차고 다니는 ‘다이아몬드장(葬)’에 영하 18도에서 유골을 냉동시킨 후 기계진동으로 분쇄하는 빙장(氷葬)까지 이색적인 장례법은 들어봤지만 우주장이라니? ‘우주에 뼈를 묻는다’고?
그렇다. 엊그제 국내 언론에는 첫 민간 상업 로켓 팰콘 9호의 성공적 발사 소식과 함께 이 로켓이 308명의 유골을 우주에 뿌림으로써 상업 우주장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는 소식이 실렸다. 그리고 그중에는 평소 우주장을 꿈꿔온 제임스 두핸의 유골이 있다는 소식도. 두핸은 오리지널 ‘스타 트렉’ 시리즈에서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기관장 스코티 역할로 사랑받았던 배우다.
말하자면 스타 트렉과 관련된 두 명이 우주장을 치렀다는 얘긴데 특히 로든베리는 세계에서 가장 먼저 우주장으로 장례를 치른 사람들 중 하나다. 즉 그의 유골 중 일부가 사망 1년 뒤인 1992년 우주왕복선 콜럼비아호에 실려 우주로 나갔다가 돌아왔고, 97년에는 역시 유골 중 일부가 다른 23명의 유골과 함께 페가수스XL 로켓에 실려 지구 궤도를 돌다 2002년 우주 속으로 산화했다.
보도에 따르면 팰콘 9호에서 사출된 유골은 립스틱 크기의 금속 튜브에 담겨 10∼240년간 지구 주위를 시속 2만7000㎞로 도는 ‘극소형 인공위성’이 됐다가 불타면서 추락한다. 마치 유성처럼. 사람이 죽으면 별이 된다는 동화가 현실이 되고 있는 셈이다.
생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게다가 비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다. 팰콘 9호에 실린 유골들의 우주장 가격은 1인당 2995달러(약 330만원)였다고 한다. 매장할 땅도 갈수록 없어지는 판에 죽어서 별이 될 수 있는 우주장이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수목장을 제치고 최상의 대안으로 떠오를지 모르겠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