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통사에 “할인 판매 안돼∼”… 삼성·소니 TV정찰제 카드 꺼낸 뜻은

입력 2012-05-24 19:16


세계 최대 TV메이커인 삼성전자와 소니가 ‘TV 제값받기’ 정책을 도입했다. 치열한 온라인 판매경쟁으로부터 ‘베스트바이’나 ‘타깃’과 같은 미 전자제품 소매점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4일(현지시간) 삼성전자와 소니가 지난달부터 미국 시장에서 TV를 할인 없이 판매하는 ‘정찰제’를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소매점은 양사가 책정한 가격 이하로 매장이나 온라인상에서 TV를 광고하거나 판매할 수 없게 됐다. 비싸진 가격을 소비자가 거부할 수도 있어 양사로서는 ‘도박’인 셈이다.

이런 조치는 미 시장에서 평면스크린 TV의 평균 판매가격이 3년 연속 하락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미국 가전협회에 따르면 평면스크린 TV의 평균가격은 2009년 644달러였으나 작년에는 545달러로 15% 하락했다. 소비자용 TV 평균 크기가 2007년 33인치에서 올해 1분기에는 38인치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뒷걸음질치고 있다.

TV가격 하락은 세계 최대 가전제품 체인인 베스트바이에 타격을 안겨줬다. TV와 컴퓨터의 판매 부진으로 이 회사가 22일 발표한 실적은 25%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삼성과 소니의 강력한 정찰제 방침이 매장에서 신 모델을 파악한 뒤 정작 구입은 아마존과 같은 인터넷 쇼핑몰에서 하는 고객들로부터 소매 체인점을 보호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애플은 엄격한 가격 규제정책을 시행해오고 있다. 소니도 캠코더나 비디오게임 콘솔과 같은 자사 전자제품의 할인 판매를 규제했었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제조업체는 소매점에 대해 최저가격을 준수하도록 강제할 법적 권한이 있다. 그러나 정작 TV제조업체들은 경쟁사를 의식해 가격 정찰제를 주저해왔다. 삼성과 소니의 TV가격 정찰제에 대해 일부 애널리스트들은 LG전자 등 주요 메이커의 동참이 없는 상태에서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을 갖고 있다. 더 싼 가격으로 공략하는 경쟁업체에 시장을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문업체 제니 몽고메리 스콧의 데이비드 스트라서는 “만약 아마존이 정찰제를 위반한다면 메이커들이 제품 공급과 마케팅 지원을 중단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