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민주 선거 책사 美 대선 승리 이끈다

입력 2012-05-24 19:11

이번 미국 대선에서 당대 최고 ‘선거 귀재’로 꼽히는 두 거두의 전면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측의 람 이매뉴얼(53)과 공화당의 칼 로브(62)가 진검승부를 펼칠 당사자들이다.

23일(현지시간) 미국언론에 따르면 최근 잇따른 선거 전술 실패로 어려움에 처한 오바마 대통령 재선캠프가 전 백악관 비서실장인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에게 ‘SOS’신호를 보냈다. 지난 주말 나토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시카고를 찾은 오바마 대통령은 이매뉴얼 시장과 대선 전략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눴다고 민주당 관계자들이 전했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은 “이매뉴얼이 그동안에도 오바마 선거캠프의 선임전략가 데이비드 악셀로드 등에게 간간히 조언을 해왔지만 앞으로는 전반적인 대선 전략에 관여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매뉴얼은 2006년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의 대승을 이끌어내고, 오바마케어로 불리는 건강보험개혁법의 의회 통과를 성공시킨 민주당 최고 전략가로 통한다.

오바마 대선팀에서 그는 ‘민주당의 칼 로브’로 불린다. 하지만 뉴욕타임스 기자 조디 캔터는 올해 초 출간한 ‘오바마 가(家)’에서 이매뉴얼이 업무에 대한 근본적인 철학 차이로 대통령과 불편한 관계였음은 물론 부인 미셸과도 갈등을 빚었다고 적었다. 2000년과 2004년 두 차례 대선에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승리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로브는 공화당의 최고 책사로 통하는 인물이다. 그는 선거에 간여하지 않았던 2008년 존 매케인 후보 출마 때와 달리 공화당 외곽 조직을 결성, 롬니 진영을 돕고 있다.

오바마 낙선을 목표로 그가 결성한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 PAC) 아메리칸크로스로드는 이미 1억 달러 이상을 모았고, 오바마 집권 이후의 경제 실정을 호되게 비판하는 정치광고 제작을 주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4일 롬니 캠프의 주별 선거인단 확보 계획 등을 소개하면서 이것이 로브가 주장하는 선거 전략의 골격과 매우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그가 공화당의 선거 전략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분석한 것이다.

로브는 선거 판세와 흐름을 읽는 통찰력과 조직력에서 발군의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이다. 하지만 정치적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네거티브 전략’의 대가라는 혹평이 뒤따른다.

두 사람의 성격 차이도 관전포인트다. ‘부시의 두뇌’ ‘설계자’로 통하는 로브는 치밀하고 냉정한 편인 반면 이매뉴얼은 ‘람보’ ‘대부(代父)’, ‘스트리트파이터’라는 별명에서 알 수 있듯 공격적이고 저돌적인 업무처리 스타일로 유명하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